EP.10- 반달트레이너의 마음 똑똑
나의 오랜 병가 메이트 친구 C로부터 연락이 왔다.
“쿼카, 낮에 마음 똑똑할래? “
친구 C는 직장에서 신입생활을 함께한, 입사 동기이자 이웃 친구이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하지만 우연히 작년에 병가 낼 때 시기가 맞아 병가 기간을 함께 보냈고, 올해도 시기가 맞아 함께 보내고 있는 정말 오래된 병가 메이트다. 친구 C와는 주로 ‘마음 똑똑’이라는 친구가 만든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낸다. ‘마음 똑똑’은 내가 힘들어 보인 친구가 자신의 언니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또는 시간을 보낼 때 나를 초대해 주던 것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친구 언니와 함께 사는 반려견의 이름은 ‘반달’이다. 반달이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고, 극외향적인 강아지라 처음 본 나도 엄청 반가워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뿜 내뿜으며 뭐든 열정적으로 하는 반달이를 보다 보면 우울할 틈도 없이 시간이 잘 간다.(물론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다. 함께 에너지 넘치게 노는 순간도 필요하다.) 반달이를 안으면 따뜻하고 묵직한 느낌이 좋고 귀를 만지면 유독 더 부드러운 털의 느낌이 좋다. 공을 좋아해서 던져주면 물어와 다시 던져달라고 내 앞에 툭 놓는 행동도 너무 귀엽다. 개인기를 하나씩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작년부터 시작되었던 마음 똑똑, 내가 복직을 결정하고 친구는 좀 더 쉬기로 했을 땐 잠시 ’ 뱃살 똑똑‘으로 바뀌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했다. 저녁에 저수지나 공원을 반달이와 함께 돌며 유산소 운동을 제대로 했다. 나는 가끔 참여했지만, 친구 C는 매일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다녔다. 마음 똑똑 혹은 뱃살 똑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나와 친구까지 포함하여 3명이다. 친구는 출근해서 못 보는 반달이의 모습을 셋의 단톡방에 올려주어 공유해주기도 했다. 볼 때마다 힐링되는 반달이는 나의 긍정 에너지를 끌어올려주는 마음 건강 트레이너이다.
“1시 반 이후부터 가능한데 그래도 괜찮을까? 그렇담 좋아! “
오전 운동과 피아노 레슨 상담이 예약되어 있던 나는(요즘 즉흥적으로 알아보는 취미생활들이 사부작사부작 늘어난다ㅎㅎ) 시간을 확인해 봤다.
“그래, 그럼 2시에 반려견 놀이터에서 만나자. 내가 언니네 집에서 반달이 데려갈게.”
그렇게 오늘 마음 똑똑 프로그램이 예약됐다. 반달이를 놀이터에서 만나려면 더러워져도 되는 옷을 입고 가야겠다.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반달 트레이너님을 만나러 반려견 놀이터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지 10일 정도 된 트레이너님은 어김없이 나에게 겅중겅중 뛰어와 점프하여 앞발을 나의 등(사실 가슴에 얹으려고 하는데 힘이 워낙 좋아 뒤로 넘어질 수 있어 반달이가 뛰어오르면 내가 돌아서 등을 내준다.)에 턱 얹으며 반가움을 표현해 준다. 나를 이렇게 반가워해주는 생명체라니. 만남부터 마음이 따뜻하다. 오늘 놀이터에는 반달이 친구들도 많아 반달이는 더욱 긍정에너지가 가득해진다. 친구들과 인사하고는 같이 놀지 않고 나와 친구에게 온다. 그래서 주변에 있던 축구공(반려견 놀이터에는 반려견을 위한 공용 장난감도 있다. 처음에 정말 인상 깊었다.)을 찼더니 아주 좋아하며 물고 온다. 그 축구공을 가지고 오기 전에 다른 축구공을 뻥 차니 반달이는 그 공으로 열심히 다시 달려가다 공 앞에 도착하면 입에 물고 있는 공과 새로운 공 중에 뭘 물지 고민한다. 어떤 규칙으로 선택하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나름 열심히 고민해서 그때마다 선택해서 갖고 온다. 그 모습도 아주 귀엽다. 공 물고 오기를 계속하고 싶은 나의 앞에 툭 놔두고 그만하고 싶으면 자기 앞에 두고 앞발로 모아 못 움직이게 하고 자기 턱을 공 위에 얹는다. ㅎㅎ 귀엽다 ㅎㅎ. 그렇게 쉬고 있을 때 다른 공을 차면 또 언제 지쳤냐는 듯이 그 공을 열심히 쫓아간다. 정말 트레이너님은 체력이 대단하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은 많은 체력에서 나오는 걸까?
반달이는 더 놀 수 있을 것 같으나 나와 친구 C가 힘들어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카페로 이동했다. 반달이와 축구하며 열심히 체력을 썼으니 달달한 음료로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 반달이와 함께 테라스에 자리 잡고 허니시나몬라떼와 크림치즈스틱을 주문했다. 따뜻한 시나몬라떼를 마시니 속도 따뜻해지고 몸도 녹고 좋았다. 트레이너님은 물 한 잔 하고 나서 우리끼리만 먹는 것이 심기 불편했는지 자꾸 테이블을 넘봤다.
“이건 너 먹으면 안 되는 거야. 넌 아까 많이 먹었잖아.”
반려견 놀이터에서 간식을 이미 많이 먹은 트레이너님이었다. 하지만, 설명을 해도 납득되지 않는지 계속 테이블에 있는 음료와 음식을 탐낸다. 결국 특별간식을 꺼내어 건넨다. 반려견용 수제 핫도그를 먹은 트레이너님은 만족했는지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테이블을 탐낸다. 아무래도 크림치즈스틱이 핫도그랑 비슷하게 생겨서 자신을 빼고 우리끼리만 맛있는 간식을 먹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가 크림치즈스틱을 다 먹으니 조용해졌다. 아아, 트레이너님의 마음을 한 번에 다 이해하는 것은 참 어렵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트레이너님을 귀가시켜드린 후에 마음 똑똑은 끝났다. 마음 똑똑하고 나서 제일 뿌듯할 때는 우리와 거나하게 놀고 나서 집에 가서야 피곤함을 느끼고 푹 자는 모습을 볼 때인데, 오늘도 집에 가선 피곤했는지 코까지 골며 잠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달이가 덩치가 커서(다리를 쭉 펴면 나랑 비슷할 것 같다.) 아기인 것을 잊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밖에서는 자기가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놀다가 집에 가서 지쳐 잠드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가의 모습이다. 나와 친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책임지는 든든한 트레이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아가 같은 순간도 있는 반달,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