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추억의 힘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여러 사내 동아리가 있다. 나는 여러 동아리를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오래 한 동아리는 밴드동아리다. 2019년 말부터 함께해서 올해까지 하고 있다. 키보드로 시작했던 내가 지금은 드럼을 맡고 있는데 그 변화만큼 동아리원들도 많이 바뀌었다. 2019년 말에는 기타, 드럼, 베이스 세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에 동학년 선생님과 구경하러 갔다가 얼레벌레 세컨 키보드를 맡게 되었다. 2020년에는 동아리원이 제일 많아 베이스를 제외하고 세션 당 두 명씩이어서 구성을 다양하게 연주할 수 있었고, 2021년에는 보컬이 없어 걱정하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한 달에 한 번 합주는 이루어졌다. 2022년이 내가 세션을 키보드에서 드럼으로 바꾼 해이다. 드럼에 관심은 있었지만 배울 생각은 안 해봤었는데 2022년에 드럼 세션이 비게 되어 한 번 배워보겠다고 학원을 등록했다. 드럼 연습은 내 생각보다 재밌었다. 혼자 노래에 맞춰 연습하는 것도 재밌고 합주하며 연주하는 것도 재밌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탁월했다. 무튼 초보 드러머여서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할 때가 있었지만 동아리원들이 잘 맞춰주었다. 이 해에는 기타와 보컬이 없었다. 그래서 전근 간 동아리원이 기타를 맡아주러 일부러 오기도 했다. 거리가 멀어 몇 번 정도 오시다가 못 오시게 됐지만. 그러다 하반기에 보컬이 구해져서 기타 없는 밴드가 되었고 2023년에는 드럼, 베이스, 보컬, 키보드 둘의 구성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 밴드 동아리의 장점은 강요, 평가가 없다. 누군가 하기 싫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또한, 누가 못했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그저 합주 날까지 각자 하고 싶은 만큼 연습하고 열심히 했으면 열심히 한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맞춰본다. 스스로 아쉬워하는 것은 있지만 누가 왜 그렇게 하냐고 지적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시스템이 낯설었고 이럼 연습이 되나? 싶었는데 이제는 동아리를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밴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게 된 것은 오늘 전근 간 동아리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함께 했던 동아리원 중 3명을 오늘 만났다. 원래 한 명 더 있었는데 몸이 좋지 않아 오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여전히 같이 근무하는 것처럼 편하다. 한 동아리원하고 이야기하다가 밴드 동아리원 보고 싶다는 이야기에 동의하여 모임을 추진해 버렸다. 심지어 운전만 2시간 걸리는 곳으로 전근 간 동료도 먼 길을 와주었다.(다행히 돌아갈 때는 1시간이 걸렸다.) 전근 간 동료들은 못 본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두 동료는 내년에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고, 한 동료는 그 사이에 운전실력이 엄청 늘었다. 모여서 회사 얘기도 하다가 실없는 얘기도 하다가 내년에 태어날 아가들 얘기도 하다가 하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나누어도 편한 이 관계가 참 좋다. 나의 병가 소식에 동료들은 놀랐고 몸은 괜찮냐고 묻기에 안 아프려고 내일은 피아노레슨 받고 오전 운동하러 간다고 하니 ‘건강한 초등학생의 일정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ㅎㅎ
나의 회사의 장점은 이런 동료들이 많다는 거다. 병가 결정을 할 때도 동료들을 자주 못 보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니 냈다. 오늘 전근 간 동료들을 만나니 같은 회사에 있을 때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봐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면, 각자 다른 곳에 있을 때는 좀 더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올해 전근 간 동료는 항상 서로를 존칭으로 부르고 존댓말을 쓰던 사이였는데 오늘 모임에서 드디어 말을 놓게 되었다.(송별회 때 3차 가면 말 놓기로 약속했었다던데…. 내가 기억을 못 해서 여태껏 안 놓고 있었다…ㅎㅎ) 이렇게 사람이 남는 것, 그게 참 좋다. 두 동료의 아가들이 태어나 100일을 지날 때까진 보고 싶은 마음은 조금 참고 그 뒤에 보고 싶어지면 이번처럼 또 연락해 봐야지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