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기네 Aug 02. 2024

결국 편의점에서 우유를 샀습니다.

변화야! 천천히 오기를

경복궁 근대화 거리

친정 근처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작은 슈퍼마켓이 있었다. 온라인으로 신선식품 쇼핑을 하지 않는 부모님께는 수박 같은 무거운 과일을 골라놓고 집에 배달까지 해주는 덕에 나름 요긴한 슈퍼마켓이었다.


만 1년 만에 방문한 친정. 우유를 사러 나갔는데 슈퍼마켓이 있던 그 자리는 젊은 감성의 솥밥집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그 속상함이란.


대형 슈퍼마켓이 이미 시장을 점령한 런던에선 이런 류의 소형 슈퍼마켓은 보기 힘들다. 유기농 판매 같은 특정군이 아니라면 존재하긴 하지만 거기서 장을 보는 그런류는 아니다.

그래서 인간미 넘치는 이런 슈퍼마켓이 더 소중했는데.

나이 든 사장님의 손길로 진열된 매대이기에 어딜 가도 똑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균일화되지 않았던.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너무 짧은 시간에 세상이 변한 한국에선 각 세대들이 자라온 환경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서 이렇듯 아직 간직하고 있는 감성을 누리지 못하고 현대화되어 새로 개업한 솥밥집에 접근하지 못할 그런 세대가 생긴 것 같다.

영국에서 어느 카페에 가던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부터 노년층 고객까지 섞여 앉아있는 그런 풍경을 한국에서 보기 힘든 것이 안타깝다.

변화는 하되 융합을 전제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신축 때 들어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아파트 자리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반쯤 솟아있었다. 40년이란 세월이 건물이 마모될 시간인가? 아직도 로마에서 자기가 태어난 오래된 건물을 바라볼 수 있는 남편이 부럽다.


이러다 색 없는 현대화란 겉치장만 남을까 봐 걱정이다.


난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우유를 샀다.

편리는 하지만 정감은 가지 않는.


경복궁 근대화 거리








매거진의 이전글 습한 태양과 매미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