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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Mar 17. 2024

공곶이

수선화

거제8경 중 하나입니다


날씨와 물때가 어긋나서 가고 싶은 섬산행은 접혔고 어딜 가야 길지일까!

고민 중 문득 수선화가 생각났습니다


바다와 합성된 수선화의 풍경은 단연코 공곶이죠


척박한 공곶이 땅을 일구어 내신 강명식 할아버지께서 작년 5월에 타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젠 공곶이에서 함초롬히 피는 수선화를 보지 못하는가 싶었죠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뜻밖에 축제를 연다는 포스팅이 있데요


[제1회 공곶이 수선화 축제]를 개최한다는 현수막이 걸린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운면과 예구마을의 주민분들께서 고인의 순수한 뜻을 기리고자 축제를 기획한 것 같습니다


축제일은 3/16 ~ 3/17입니다


장소는 예구항과 공곶이 일원인 듯한데요


행사 프로그램이 플리마켓, 특산품 판매, 축하공연, 먹거리와 볼거리를 준비해 놓았다고 돼 있더군요


문제는 축제장과 정작 수선화가 피어있는 공곶이는 아주 동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알고 보면

꽃 핀 곳 따로

먹거리 따로인 셈이죠


그렇거나 말거나

저희는 산행을 위주로 수선화를 보러 가는 것이므로

축제 행사는 덤 일뿐입니다


다만

공곶이 수선화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축제가 성황리에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다행한 것은


농장주 할아버지께서 소천하신 이후 아드님이 가업을 물려받은 것 같은데요

화초를 가꾸는 농사일이 호락호락한 건 아니죠


거제시에서 안타까이 여겼는지 3년간 위탁 운영키로 하고 상시 인력 2명을 배치하여 본격 공곶이 가꾸기에 힘을 보탰다고 했습니다


수선화뿐만 아니라 사계절 꽃을 피울 농장으로 거듭날 모양이어서 저희 같은 관광객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기회가 되어 관리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수선화가 피었던 자리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릴 것이라고 했으니 가을에도 진풍경을 연출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 외지고 척박한 땅에 어떻게 수선화를 피울 수 있었을까요?


5년 전에 그 사연을 잠시 언급한 포스팅이 있어 링크해 놓습니다


링크 ; https://story.kakao.com/_eTZCf4/HYy7xGo8kmA


탐방 전에 노부부의 일상을 다룬 U튜브를 몇 편 보았는데요

눈물 나게 아름답데요


곱게 늙는다는 표현이 그러했을 겁니다



축제일이어서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예구항 주차장에 도착하니 7시 20분


이 시각 주차장은 헐렁했는데요

15시 30분쯤 나올 때는 수많은 차량이 밀려들었고 길거리 주차가 만연했습니다


산을 넘어 30여분 걸려서  공곶이에 닿았습니다

수선화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샛노랑 원색이 얼마나 소담하던지요


기계화된 질서 정연함과  빼곡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은 여태껏 본 수선화 중에서는 으뜸이었습니다


수선화와 종려나무와 바다가 어우러진 삼위일체는 유럽풍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돌고래 전망대로 가는 길에 해안의 암릉을 걸어 보았습니다

공곶이 맞은편의 내도와

내도 뒤쪽의 외도

저 멀리 해금강도 조망하면서

서이말 등대를 답사했습니다


공곶이를 품은 최고봉 305미터의 연지봉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더군요


옛날에 왜놈들이 출몰하면 이곳에서 불을 피워 위급함을 알렸을 겁니다

2년 전에 탐방했던 지심도가 지척이더군요


예구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축제 행사장에는 홍보가 덜 되었는지 관람하는 상춘객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무르익어서 10여 년쯤 지나면 축제가 성숙해져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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