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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뉘 Nov 25. 2023

10년 만에 깔아보는 데이팅 앱

최근에 내가 사랑하는 두 남자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둘 다 친한 친구가 많다는 점이다. 남편도 나도 처음이었던 코네티컷에 살 때는 몰랐는데, 남편이 거의 평생 산 뉴저지에 이사오니 매일 느낀다. 동네 친구는 일주일에 세 번 우리 집에 찾아와 두 시간 넘게 운동하고 수다를 떨다 가고, 나만큼 가까운 절친은 매일 퇴근길에 전화를 걸어 한 시간 넘게 얘기를 하고, 여사친은 별 일은 없어도 전화해 속풀이를 하며, 여러 친구들은 이사 왔으니 주말마다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 남편이 구직 인터뷰를 하고 오면 어떤 회사에서 어떤 것을 느꼈고 고려하고 있는지 적어도 두 명의 친구가 빠삭하게 알고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사랑하는 다른 한 남자, 아빠가 생각이 난다. 그저께 추수감사절이라고 전화를 걸었더니 빨간 장미꽃이 그려진 벽지가 아빠 얼굴 뒤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집에는 저런 벽지가 없는데, 어디지?’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나 친구집에서 자고 간다고 한다. 나는 분명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딸내미라고 휴대폰을 회전하면서 친구들을 보여주셔서 얼떨결에 아빠 친구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있다. 이번 여름에 아빠 집에 도착하고 보니 아빠가 단짝친구와 함께 살고 계셔서 예상치 못하게 네 남자와 함께 살기도 했다. 스몰웨딩을 할 때도 아빠친구를 추리고 추렸는데도 내게 익숙한 아빠 친구분들이 식장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내가 사랑하는 두 남자가 이렇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 흐뭇해진다. 외로워 보이지 않고, 혹여나 외로워도 그 외로움을 줄여줄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거니까. 




동시에 어려서부터 해온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람은 어떻게 서로에게 소중해지는 걸까. 두 사람을 보면서 어릴 때는 예상치 못했던 중요한 부분이 보인다. 오랫동안, 자주 서로 연락하고 만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초중고, 대학교, 대학원 때는 학교에서, 학원에서,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렇게 매일 얼굴을 보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알지 못했다. 그건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졌기에 내가 흥미로운 사람이 되어 흥미로운 사람과 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지금도 이것은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어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려다 보니 부대끼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편의 절친들도 초등학교 때부터 알아오거나, 대학교와 대학원 시절의 룸메이트들이다. 해야 할 게 하고 싶지 않을 때 괜히 서로의 문을 두드리고 죽치고 앉아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한 사이다. 아빠의 절친들도 내가 어려서부터 가족들끼리 같이 시간을 보낸 고향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내게 흥미로운 사람, 흥미롭지 않은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같이 여러 활동을 하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든지 그 사람의 반응, 사고방식, 관심 갖는 분야 등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해진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30대가 되어 많이들 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과 가정을 우선시하여 이사를 가고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여러 동네를 떠났고, 내게 특별한 친구들은 한국과 다른 주, 나라들에 퍼져있다. 


이 새 동네에서 오래 알아온 그들만큼 소중한 친구들을 만들 수 있을지 종종 의문이 든다. 예전에 비해 자연스럽게 자주 마주치는 사람도 적고, 느긋하게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려면 그런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다들 자기 커뮤니티가 있어 새로운 친구를 만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특히 시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구심이 커진다. 시아버지에게 내게 친구는 정말 소중하다고 얘기를 했더니, 친구는 소중하지 않고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처럼 성인이 되어 이민오신 시아버지도 일하고 가족을 꾸리느라 바빠서 가족만큼 가까운 커뮤니티를 따로 만들기 힘들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친구는 접점이 사라지면 흘러가지만, 가족은 접점이 없어도 추수감사절 같은 휴일에 의무감에서라도 만나 시간을 보내니 결국에는 그 접점을 찾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이 내 답이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어느 정도는 내가 하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며, 어젯밤 처음으로 BFF(Bumble For Friends, Best Friends Forever) 앱을 깔아봤다. 거의 10년 만에 깔아보는 데이팅앱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까지 하다니 씁쓸하다가도 잠시 설레기도 했다. 


새 친구에게서 처음으로 메시지가 왔다고 알람이 울렸다. 무슨 말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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