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밴드 연습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연주곡을 고르기 위해 같은 곡을 여러 밴드가 다른 버전으로 연주한 영상을 둘러앉아서 보았다. 세 번째 영상이 끝나자 한 밴드 멤버는 '와~~'하면서 감탄을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밴드가 같은 노래를 연주하는 걸 보았을 때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 차이가 컸다. 밴드에서 일렉기타를 치시고 스튜디오에서 수업도 하시는 선생님께서 '그 차이가 뭐 같아?' 물으셨다.
참신하고 중요한 질문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악기를 잘 치는지는 직감적으로 느꼈을 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스스로 정의 내려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잘하려면 그걸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질문은 이후 내 머리 한편에 자리 잡았고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 시작했다.
1. 결국엔 디테일 싸움이다.
피아노 수업을 받고 있는데 한 번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악보를 주면 다들 웬만하면 칠 수 있는데, 잘 치고 못 치고는 결국엔 디테일 싸움이라고 말이다. 가령, 같은 코드를 치더라도 가장 높은음이 멜로디 음이 되게 할 때, 멜로디 음은 크게 치고 공백을 채우는 음들은 작게 칠 때 듣는 이가 멜로디를 흥얼거릴 확률이 크다. 지금 연습 중인 '먼지가 되어'의 뮤트음을 칠 때 기타 줄을 갉아먹는 듯한 소리 없이 청량한 소리가 날 때 잘 친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악기뿐 아니라 일을 할 때도 누군가 디테일까지 잘 처리했을 때 일을 잘한다고 평한다. 그런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마음도 편하다. 악기도 다르지 않구나 느꼈다.
2. 표정, 자세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연말 공연에 갔을 때 뒤 편에 앉은 드럼 연주자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눈은 편안히 반쯤 감겨 있고 입은 살짝 웃고 있고, 어깨와 상체는 쉬듯이 내려앉아 있었다. 공연을 즐기는 나보다도 편안해 보였다. 손, 팔은 현란하게 움직이며 그 공간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역시나,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하고 보니 직업으로 드럼을 치고 아주 어려서부터 음악을 한 분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드러머의 얼굴만 보면 박력 넘치는 연주를 하고 있다고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세가 주는 편안함을 다른 청중들도 모두 느낀 것이다. 이 편안함은 디테일한 부분을 잘 연주하면서도 다른 밴드 멤버들의 연주도 동시에 들을 여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머리로는 이 둘을 달성하겠다고, 이번만큼은 초심의 열정으로 끝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