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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폐인작가 Apr 28. 2024

[카페매니저 ‘을’의 푸념] 친절한 쓰레기통


“저희한테 주시면 버려드릴게요.”


카페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영수증과 공책 비닐포장지를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카페 매니저였던 나는 저 친절한 한마디를 내뱉기까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충이 있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어휴, 더러워라. 이거 봐. 또 다 내가 치웠어.”

나는 목소리만 들어도 가게 옆 김밥 사장님이란 걸 알았다. 김밥 사장님은 액체가 끈적하게 말라붙은 플라스틱 일회용 컵 세 개와 흙 묻은 빨대 다섯 개를 우리에게 들이밀었다. 살펴보니 일회용 컵과 빨대는우리 것이 아닌 타사 제품이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잘 확인할게요.”

“신경 좀 써줘. 손님들이 자꾸 그쪽 음료를 우리 가게에 버린다니까.”


그쪽 손님들이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힘들다는 김밥 사장님께 아이스커피를 서비스로 제공해 주었다. 나는 다른 직원에게 매장을 맡긴 후 잠깐 매장에서 나왔다. 우리 매장 앞 나무 밑에는 김밥집 사장님이 준 것 말고도 과자봉지나 플라스틱 빈 컵들이 세네 개 더 나뒹굴고 있었다. 도로 가라서 그런가. 사람들은 오고 가며 우리 카페 앞과 그 주변에 쉽게 쓰레기를 버렸다.


나는 한숨 쉬며 흙 묻은 컵들을 줍다가 나무 뒤쪽   도로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정체 모를 컵을 발견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어? 여기 컵이 있네?’ 하고 검은 물이 가득 담겨있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들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걸 싱크대에 부었다.


윽!


순간 이상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역겨웠다.


“으아! 이게 뭐예요!?”

직원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싱크대 안을 들여다보았다. 깨끗한 싱크대 안에 수십 개나 흩어진 담배꽁초들이 흩어져있었다. 징그러웠다. 내 손가락 양 끝에서 담배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진짜 때리고 싶다. 태어나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시시티브이를 돌려서라도 확인해 이 역겨운 걸 버린 범인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싱크대에 남은 진갈색 담뱃물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흘려버리는 것과 손가락 끝에 벤 지독한 냄새를 없애는 것이었다. 아무리 비누로 씻어도 손가락 끝에 베인 찌든 담배 냄새는 반나절이 지나도 잘 빠지지 않았다. 정말 지독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그걸 ‘꽁초컵’이라 불렀다. 매장 주변에 액체가 담긴 일회용 컵을 발견하면 우리는 즉시 고무장갑을 끼고 주운뒤 화장실로 직행했다. 다시는 싱크대에 버리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리 쓰레기를 주워도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일부 사람들이 양심 없이 버리고 가는 꽁초컵도 꽁초컵이었지만 홀에 배치한 쓰레기통 하나로는 -매장이 작았다.- 모든 쓰레기를 감당하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분리수거하지 않았다.

 

“차라리 우리가 치우면 어때요?”

아하, 그 생각을 못했네. 직원의 건의가 나온 그날 바로 우리는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이 쓰레기처럼 보이는 걸 가지고 있거나 빈 플라스틱컵을 가지고 있다면 손님에게 눈치껏 안내했다.


“저희가 버려드릴까요?”

손님들은 멋쩍어하면서도 쓰레기를 받아주는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이러는 게 속 편했다. 우리의안내에 매장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훨씬 줄어들었고 분리수거를 우리가 곧바로 하니 나중에 쓰레기를 분리 배출할 때 훨씬 편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어떤 카페 밖에 설치된 환풍기 위에 무분별하게 올려진 일회용 컵들과 빨대들을 보았다. 해당 카페의 컵도 있고 타사 제품도 있었다. 예전 생각이 또 났다. 아마 저 카페 직원들은 일한다고 아직 저 쓰레기들을 보지 못 한 모양이다.


컵과 빨대들은 퇴근하려다 혹은 마감 때 뒤늦게 발견한 직원이 치우겠지? 카페 직원이 저것들을 되도록 빨리 발견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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