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맞이 엄마의 생애 첫 콘서트
엄마와 나는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콘서트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콘서트장 입구에는 여러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팬카페 회원들은 팬 가입 홍보와 굿즈를 나눠주고 있었다. 각자 가수를 상징하는 색인 우비를 입고 팬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한 마디로 축제 분위기였다.
나는 당연히 이를 지나칠 수 없었다. 먼발치서 구경하며 머뭇거리는 엄마를 끌어당겼다.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가수 팬카페에 가입하고 굿즈를 받고 새로운 굿즈도 사고. (응원봉 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다 팔렸다.) 내가 엄마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니자 처음엔 어색해하던 엄마도 어느새 즐기기 시작했다.
홀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입장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동해 주세요!”
안내원들이 목청껏 내는 소리가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들뜬 소리에 종종 묻혔다.
“엄마, 자리 번호 꼭 확인하고. 왼쪽이야 왼쪽 앞에서 다섯 번째! 모르면 안내원한테 물어봐!”
나는 콘서트 표를 엄마 손에 쥐어주었다. 알았다며 쿨하게 돌아서는 엄마가 콘서트장 안으로 사라지기 직전까지 나는 지켜보았다.
자식이 처음 가보는 곳에 혼자 보낼 때 염려되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기분일까?
갑자기 창피함이 몰려왔다.
괜히 오버했나?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이 널려있었다. 안내원보다 더 안내원 같은 자녀들이 곳곳에 보였다.
엄마가 잘 들어간 걸 확인했으니 그걸로 됐다. 나는 콘서트장을 뒤로하고 오 분 거리에 있는 카페로 왔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 고소한 커피 향이 온몸을 감쌌다. 고작 오 분 차인데, 이렇게 조용하다니.
평소엔 잘 안 먹는 상큼 달달한 자몽티가 당겼다.
하-. 이제 좀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목 안으로 넘어오는 자몽티가 여느 때보다 달콤했다.
엄마의 첫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해주고 싶다는 책임감에 나도 모르게 긴장했나 보다.
타자소리,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사람들의 대화,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챙겨 온 에세이를 읽었다. 생각보다 집중이 잘됐다. 중간중간 폰을 본다고 진도가 더뎌지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카페에서 책을 읽는 건 오랜만이었다. 사실, 집이 제일 좋지만 한 번씩 이런 걸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할 줄 알았던 기다림이 순식간에 지나고 엄마를 마중하러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나서려고 보니, 비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어 다행이었다.
가수들의 노랫소리가 굳게 닫힌 문을 뚫고 나와 홀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아름답고 힘찬 가수들의 목소리에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대기석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아내와 남편, 자식들, 백발의 노모까지. 그들 모두 나였다.
“이제 나올 때가 됐는데.” 대각선 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가 형제로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곧, 나오겠지 뭐.” 심드렁한 표정으로 폰을 봤다.
그 순간,
패티김의 ‘그대 내 친구여’를 부르는 가수들의 목소리가 두꺼운 문을 뚫고 나왔다.
“아~! 또 부른다.”
두 사람은 질색하며 그대로 소파에 몸을 구겼다.
나는 속으로 큭큭 거렸다.
아마, 이십 분은 더 할 거예요.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마지막의 마지막인 아리랑을 부르고 가수들이 한 명 한 명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서야 콘서트가 끝났다. 나와 사람들이 입구로 쫓아가 양옆으로 길게 줄 섰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목을 길게 빼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엄마를 찾았다. 관객들은 저마다 자신을 마중 나온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자마자 공연이 어땠는지 신나게 떠들었다. 그 사람들을 보며 엄마도 얼마나 신나게 즐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반응이 기대됐다. 한참을 기다리자 드디어 저 멀리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잘 부르데.”
엄마의 짧은 감상평이었다. 엄마는 부채를 부치며 집에 가자며 빠르게 출구로 걸음을 옮겼다. 다소 간결한 소감이지만 나는 안다. 엄마의 기분이 매우 좋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