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6. 취사장의 젠틀맨
나는 아직도 그의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취사장 위생 점검을 나갔을 때였다. 의사들은 취사 시설의 위생관리, 식품 관리에 대해서 배우지 않지만 의례적으로 동행했다. 나의 역할은 사실 '의사와 동행했다.'라는 상징적인 의미 밖에 없었지만 관례적인 행위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제가 취사장 반장입니다."
본인을 반장이라 소개하며 띈 옅은 미소는 티 없이 맑았다. 복지과 직원들의 꼼꼼한 검열에도, 구체적인 질문에도 너무나 자세하고 정석적으로 대답해 주었다. 성실하고 사람 좋아 보였던 그였기에 어떤 억울한 일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되었다 지레짐작했었던 것 같다. 그가 궁금했던 나는 그의 왼 가슴 위에 있는 숫자를 빠르게 입력했다. 그의 숫자를 전산에 입력하자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문구가 화면에 튀어 올랐다.
아동성폭행법위반. 시작은 그의 처제였다. 남편이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처제는 이모부였던 그를 집에 들이기 시작한다. 아빠처럼 포근하고 따뜻해 보이듯이 아이를 돌봐왔던 그는 처제를 범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그는 처제의 13살 아이까지 손을 댔다. 아빠의 역할까지 해줄 것 같았던 그는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들도 그의 포근한 미소에 속았을까.
이제는 낯선 사람의 포근함을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