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7 을질의 시대
"선생님, 712번 수용자가 민원 넣었대요"
712번, 익숙한 번호다. 교도소 의료과에는 소위 말하는 '단골손님'들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다. 번호를 듣자마자 그의 이름이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얼마 전 같은 방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다. 안면부를 수차례 맞았다고 한다. 이전에도 얼굴에 골절이 있었던 환자였기에 골절이 있는지, 수술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였다. 턱, 광대 부위, 눈 주위, 두개골 하나하나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다. 뇌출혈은 아주 심각한 문제이기에 신경학적 검사도 꼼꼼히 진행했지만, 걸리는 것은 없다.
최근 치과 치료를 받을 때 임시로 붙여놓은 치아도 떨어졌다. 치과 치료를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임시 치아는 일상적인 식사를 하다가도 잘 떨어진다. 그렇지만 그는 외부 진료 원했고, 폭행 당일 바로 외부 치과에 나가 진료를 받고 왔다. 그다지 치료해 줄 건 없었다고는 하지만.
엑스레이에서 골절은 없었다. 그런데 그의 오른쪽 광대 부위가 약간은 부어있던 게 마음에 걸려 한 번 더 불러 진찰한다. 얼굴뼈 골절은 엑스레이에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촬영도 해본다. 역시 골절은 없고 혹시나 다시 해본 진찰도 이상은 없다. 그럼에도 폭행 사건이기에 의료 과장님 진료도 받게 해 준다. 전문의인 의료 과장님도 나와 의견이 같다. 약을 지어주고 보낸다.
그랬던 그가 민원을 넣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기관에 넣었단다. 자신의 폭행에 대해서 진료를 충분히 안 봐줬단다. 그에게 쏟았던 신경이 그에게는 닿지 않았나 보다.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의 여부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리는 '갑'이기 때문에. 갑의 위치에 있기에 을의 민원은 무조건적으로 처리해줘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의 우리의 의견은 변명이다. 민원을 처리하고 진술서도 쓰란다.
이유나 사실 관계는 중요치 않을 때가 있다. 을의 불편함은 갑의 잘못이다.
바야흐로 을질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