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쓰러졌어요
무더운 여름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입 진료로 오전의 일상을 시작하고 있었다.
"선생님, 수형자 하나가 쓰러져서 들 것에 실려오고 있어요."
의식소실. 더 확실하고 심각한 응급상황이 있을까. 더운 날이니 체온이 올라가 발생하는 온열질환도 가능하고, 미주신경성 실신 등 비응급의 질환 또한 의식소실을 유발할 수 있기에, 최악의 경우만이 아니기를 바랐다.
환자의 병력을 간단히 살펴보니 심정지가 3번이나 있었고 현재 심부전, 부정맥에 대해서 치료를 하고 있다. 느낌이 정말 안 좋다. 제발 심정지만은 아니길.
쓰러진 환자는 의료과 진료실의 좁은 입구에 들어오기 힘들기에 복도에서 급히 진료를 봤다. 일단 맥박부터 확인한다. 맥박이 없다면 바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맥박이 애매하고 불규칙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맥박이 느껴지니 심폐소생술을 할 일은 없다. 다행이다.
심폐소생술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그다음 확인할 것은 생체징후이다. 영어로는 vital sign.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을 뜻하고 보통 산소 포화도까지 같이 본다. 생체 징후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환자 상태는 급격히 나빠지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응급한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이고, 생체 징후만 잡는다면 그 환자는 '물리적으로는' 죽지 않는다.
신체 진찰도 해본다. 의식 소실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학적인 병변이 있는지 먼저 본다. 동공 크기도 정상이고 반사 등 다른 신경학적인 이상도 없다. 탈수 증상도 없고 식은땀을 흘리지도 않아 쇼크 상황일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모든 진찰은 정상을 가리키며, 엑스레이와 심전도 검사를 복도에 누운 채로 가능할지 생각하던 중, 갑자기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설마 증상들을 꾸며낸 것은 아니겠지?'
어느 교도소 의사의 책에서 본 의식소실 꾀병 판별법이 생각난다. 팔을 머리 위에 떨어트려본다. 힘을 주어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지지 않게 한다면, 그 증상은 꾸며낸 것이다. 이런 의심을 하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도 겹치지만, 팔을 들어 그의 머리에 슬며시 놓아본다. 내려놓은 팔은 그의 머리에 떨어지지 않았다.
"00님. 일어나세요."
증상을 꾸며내 놓고 말을 무시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나. 당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다 알고 있어요. 괜찮으니까 일어나세요."
몇 번을 반복해 말하니 머쓱해하며 일어난다.
정말 의식이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원인을 찾고자 엑스레이와 심전도를 본다. 이전 사진과 크게 변화는 없다. 그렇지만 원래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므로 외진도 보내준다. 역시 이상은 없다. 증상을 꾸며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머릿속에 스치지만 나는 오늘도 그 생각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