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쇄골이 아파요
"쇄골이 아파요."
30세 남성, 물구나무를 서다가 넘어졌단다.
"옷 벗어서 쇄골 보여주세요."
쇄골이 매끄럽게 나아가야 될 부위에 튀어나온 것이 있다. 서울 소아응급실에서 근무할 때 수도 없이 봐왔던 모습이다. 그렇다, 부러졌을 것이다.
"아니, 어떻게 물구나무를 섰길래 이렇게 돼요? 앞으로 물구나무 같은 거 하지 마시고 엑스레이 찍고 가요. 아프면 진통제 좀 드릴게요."
엑스레이에선 초등학생이 봐도 알 정도로 쇄골이 끊어져있다. 역시 골절이다.
#Mid clavicular fx, Lt.
무심하게 진단명을 적고 덧붙인다. 외부 정형외과 진료 필요함. 엔터를 누르고 다음 환자 번호를 입력하려던 와중, 무언가 하나 눈에 띈다.
'무기 징역'
30세 남성. 무기 징역. 그의 범죄 기록은 잔인하게도 자세하다.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해 몇 개월치의 월세를 밀린 채 야반도주하였다. 그럼에도 빚을 지어 개인 여자 방송의 BJ에게 소위 말하는 고액의 '별풍선'을 쏜다.
그는 돈이 필요했다. 성실한 노동으로 그 돈을 채워나갈 생각이 없었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의 돈을 빼앗고자 결심한다. 마트에서 나오는 한 중년의 여성을 발견한다. 마트에서 돈을 쓰고 나오니 경제적으로 여유롭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는 목표를 설정했다.
약육강식. 짐승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녀를 미행하던 그는 그녀가 인적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길 기다린다. 이미 짐승 상태인 그는 그녀를 무차별적으로 찔렀다. 그리고 가방에서 그가 그토록 원했던 것을 가져간다.
'현금 만 원, 체크카드 한 장.'
체크카드로는 채 10만 원도 쓰지 못했다. 그녀의 목숨이 그에겐 그렇게 가벼웠던 것일까. 그에게 친절했던 나의 마음마저 아쉬워진다. 물구나무 따위를 서지 말라고 농담하지 말걸 생각한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갈취하기 위해 한 생명을 빼앗고 감옥에 들어와서 방 안에서 한가롭게 물구나무나 선다.
무기징역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