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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간들

글 쓰는 이야기

by 오리냥

오래된 시간들 / 유복녀


길가 맨바닥에 펼쳐진 좌판에서

햇 근대 줄기 한 묶음 사려다 문득

시장통 귀퉁이에서 좌판을 펼치던

내 할머니의 간절한 눈빛을 떠올린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은 근대 줄기와 함께

희미한 미소까지 동시에 건네받으며

근대 줄기 벗겨 새까맣던 내 할머니의 닳은 손톱을 떠올린다


근대 줄기 들기름에 볶아 저녁 밥상에 올리며

구순 넘은 나이에도 들깨 밭 풀 뽑다가 땡볕에 정신줄 잃었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자식 뒷바라지로 한생을 살아내는 엄마들


내 안의 오래된 시간들은

가을의 낙엽처럼 가라앉아

나를 세우는 거름이 되었다가

오늘처럼

또 다른 당신을 마주하는 순간

가만가만 풀대처럼 일어나

햇잎 닮은 그리움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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