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야기
콩국을 만들며
콩국이 그리워지는 계절
콩국 먹고 싶어 두유 제조기를 샀어요
설명서대로만 하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더라고요
콩과 물을 넣고 30분이면 완성된다네요
그렇게 간단하다니
잠시 망설였어요
그냥
엄마가 내게 알려준
그 방식대로 하고 싶어 졌거든요
밤새 흰 콩을 물에 불렸어요
기계로 하면 30분이면 될 일인데 말이죠
밤새 물속에서 퉁퉁 불어 탱탱해진 콩
예전 엄마도 삼복더위가 시작될 무렵이면
바쁜 농사 짬짬이
창고에 저장해 두었던 콩을 꺼내 모지랑이 골라낸 뒤
물에 담가놓고 가끔 물을 갈아주며
콩이 곱절로 탱탱 불기를 기다렸지요
그때만큼 콩이 불었네요
이젠 삶아야지요
너무 푹 삶아도 안 돼요
그렇다고 설익혀도 안 되죠
적당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지만
그 적당의 가늠을 전 알고 있어요
엄마와 맷돌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맷손을 잡고 돌리는 사이사이
엄마는 맷돌구멍에 적당히 삶은 콩을 한 숟가락씩 떠 넣으며
맷손을 휙휙 돌리면
내 힘을 보태기는커녕 따라가기 바빴죠
맷돌이 돌다 뻑뻑하다 싶을 때
엄마가 맷돌 사이사이에 박힌 반죽 숟가락으로 긁어냈고
난 얼른 콩 몇 개 입 안에 집어넣곤 했어요
그때의 그 고소한 맛
적당히 삶아져 아삭거리는 콩 맛
그날 저녁이면
우린 시원한 콩국수로 배를 채웠죠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요
두부와 콩국수는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으니까요
콩밭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는
엄마의 투덜거림도 콩 맛에 배어있고요
적당히 삶아져 고소한 콩을
맷돌 대신 믹서기로 갈아요
돌에 뭉개진 보드란 콩 맛이 아니라
칼날에 갈려 조금 거친 콩 맛이지만
그래도 엄마가 만들어주던
적당한 맛이 감도는 콩국이 완성되었네요
그날의 그 정겨운 시간은 옛말
그래서 더욱 그리운 순간들이지만
그날을 떠올리며
소금 적당히 들어가 고소한 맛이 더욱 깊어진
콩국을 선 채로 꿀꺽꿀꺽 마십니다
이제 남은 콩국은
저녁에 가족과 함께 먹어야지요
검게 그을린 아버지 얼굴로 인해
콩국이 더욱 뽀얗게 보이던
그날의 그 밥상은 아니더라도
지난 이야기 두런두런 나누며
콩국 한 사발씩 나눠 마셔야지요
여름의 별미 엄마 손맛표 콩국
잘 먹겠습니다
엄마 아버지께
시원한 콩국 한 사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