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냥 Sep 27. 2024

도도한 녀석

장애인 가족 이야기

잔뜩 흐린 날 아침

복지관 가려고 준비하는 녀석에게

우산 챙겼냐 물으니

도도한 표정으로 내게 말하길

오늘은 비는 안 오고

먹구름이 많아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니까

역시나 도도한 표정으로

이것 좀 보라며 내 앞에 디민 핸드폰

흰 구름 먹구름이 가득한 화면

그렇구나, 알겠어

오늘은 비 오지 않는 날

도도하게 현관문을 나서는 녀석   

  

너 조금 전 티셔츠 앞뒤 바꿔 입으려다

내게 딱 걸렸잖아


칫칫

너 어제는

뜬금없이 문자로 이제 빨래를 하겠다기에

무슨 빨래? 손빨래? 세탁기로? 물었는데

나중에 보니

마른빨래 제멋대로 개켜놓곤

빨래 다 했다며

역시나 도도한 표정 되어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만   

  

오늘은

도도하게 일기예보 검색했을 네 덕에

출근길 우산 챙기지 않아도 되겠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