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냥 Sep 19. 2024

엄마는 안다, 아이가 어느 순간에 행복한지

장애인 가족 이야기

**이 글은 2012년 2월 평화신문에 장애인가족 수기로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평화신문 2012. 02. 12 발행 1153

나의 기쁨 나의 희망 

연재 4회 중 4회 이 땅의 부모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엄마는 안다아이가 어느 순간에 행복한지     


  우리 가족이 사는 모습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다만 한 아이가 아프다는 것이 남들과 조금 다른 상황일 뿐이죠.

  처음엔 종호(요한)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너무 커서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알리는 게 싫었어요. 아이와 잠깐 외출하는 동안에도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기 일쑤였죠. 그 시선이 불편해 외출하는 것조차 꺼렸어요.

  장애에 대한 기본적 지식조차 없어 불안했던 저는 아이 재활치료를 시작하면서 장애아를 위한 보모교육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습니다. 교육자료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샅샅이 뒤지는 날도 많았죠.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오로지 아이 키우기에 전념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저 혼자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는 버거웠던 현실에서 점차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이 치료에 매달리는 동안 저는 아픈 동생을 돌보는 엄마로 인해 언제나 뒷전이었던 두 살 터울 큰아이의 외로움, 가장으로서 가족의 아픔을 지켜봐야 하는 남편의 가슴앓이, 안부는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부모·형제들을 돌아볼 경황이 없었어요. 오직 종호를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게 하는 것만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아이를 온실속 화초처럼 보호하며 키우는 것보다 힘겹더라도 세상 속에서 자기 몫을 찾게 하는 것이 부모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우선 큰아이가 중심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큰아이에게 동생은 감추고 싶었던 존재였습니다. 동생으로 인해 또래에게 놀림을 당해 속상해하던 큰아이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체험활동을 계획했습니다.

  작은아이도 아이들과 어울려 체험활동에 동참했기에 큰아이 친구들은 거부감 없이 어울려 놀아주고 챙겨주며 장애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어요. 큰아이는 동생의 특이한 행동을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기특한 모습을 보이며 점차 마음의 짐을 덜었습니다.

  품에 품고 있던 아이를 세상 속에 내어놓으며 냉대와 조롱을 받으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 그로 인해 받을 아이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잠시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주변 사람들 사랑 덕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종호와 초등학교를 오가며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을 무렵, 예전에 다녔던 특수교육기관에서 양육 사례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 이야기를 들으며 울음을 터뜨리던 몇몇 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 사연에 공감하며 아이와 함께 헤쳐나가야 할 시련에 겁먹고 마음 아파하는 모습에 저 또한 마음이 저려왔으니까요.

  그때 한 어머니께서 질문하셨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해도 엄마의 의지대로 밀고 나가야 하나요?”

  저는 그때 이렇게 대답을 했지요.

  “엄마는 아이가 어느 순간에 가장 행복해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아이가 행복해하는 것을 선택하세요.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은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다만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더딘 걸음이라도 격려와 칭찬으로 아이에게 용기를 주며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아이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누구에게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사랑받지 못하고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가슴 아픈 일이지요.”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깊은 관심과 따뜻한 사랑 속에서 스스로 자랍니다.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아이들 결정을 존중하고 믿어주는 마음, 또 가족이 함께하는 많은 추억이 자양분이 되어 더 건강하고 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요구를 들어주는도움도 필요하지만,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는 것 또한 진정으로 필요한 도움이 아닐까요?

 한정된 공간 속에 갇혀있는 우리 아이들의 삶을 공간 밖으로 끌어내어 그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더없이 행복하고 더 많이 사랑받으며 제 몫을찾아 살 수 있도록 함께해 주는 것 역시 부모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많이 행복합니다.

  아이로 인해 오만했던 제 삶이 진솔해졌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고, 위를 올려다보며 버거워하기보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을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는 것은 아이가 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입니다.

  아픈 아이는 주님께서 제게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입니다. 자녀들과 함께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 이전글 버스 안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