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유복녀
어둑한 퇴근길
정해진 노선 따라
바삐 내닫는 버스 안에서
습관처럼 시선 돌린 창 너머
눈에 익은 풍경들
꽃 가게 진열대에 놓인 화분엔
붉은 꽃 계절마다 새롭고
철물점 옆 옷 가게 쇼윈도엔
철 따라 옷을 갈아입는 마네킹
건널목 옆 두어 평 술집의 붉은 불빛과
건넛집 사철 푸르른 채소가게
그 안에서 바지런한 사람들
투명한 유리창 너머의 세상
다가갔다 멀어지며
저들과 맞닿지 않는 시공 사이로
십여 년을 한결같이
흔들리며 지나가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