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이 거짓말. 사실이 아닌 것이 분명한 그 어떤 말. 우린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작품을 통해서 사실이 아닌 것에 기대어 상처를 치유받는 세 아이를 알게 되었고 그 치유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고등학교 2학년인 지우와 소리, 채운 이렇게 셋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채운이 지우와 소리가 있는 반으로 전학을 온다. 등교 첫날 담임은 채운에게 자신의 소개를 다섯 문장으로 하되 그중 하나는 거짓말을 넣으라는 독특한 주문을 한다.
이야기 속 세 아이는 각자 고민이 있다. 지우는 얼마 전 여행 갔다가 실족사로 사망한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한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엄마뿐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엄마의 애인이었던 선우 아저씨가 들려주는 거짓말로 엄마에게 품었던 배신감을 치유받는다. 네 엄마는 그날 스스로 삶을 포기한 게 아니야. 그날 목격자가 나타났어.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대. 그 말이 진실이었든 거짓말이었든 지우는 그 말 한마디의 힘에 억눌렸던 감정이 풀어진다.
소리는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다. 다른 사람과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의 죽음을 알아보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사람들 곁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엄마가 암에 걸려 투병 생활할 때 곁에서 간호하며 내심 불만이 쌓이고 한순간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병 때문이 아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 죄책감을 느낀다. 소리는 엄마의 묘소에 가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한다. 그때 아버지가 다가와 말한다. 네 엄마는 투병 생활이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어 했어. 조력사를 원한 적도 있었어. 소리는 큰 충격을 받는다. 엄마가 열렬히 살기를 바랐을 거란 착각은 어쩌면 자신이 원했던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고 소리는 비로소 엄마를 보낸다.
가장 안타까운 건 채운이다. 채운의 아버지는 폭력 가장이다. 엄마를 폭력에서 지켜내려다 오히려 그 칼로 아버지를 찌르게 된다. 어린 시절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 두려움에 떨며 내려와야 할 때 미끄럼틀 밑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엄마의 미소가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고. 유일한 안전지대가 엄마였던 채운. 자신이 저지른 일임에도 엄마가 대신 교도소에 가게 되고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엄마가 보낸 편지. 어쩌면 진실일 수 있고, 어쩌면 변명일 수 있는 엄마의 고해. 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다 엄마 탓이야. 그러니 이제 누구의 자식도 되지 마.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돼. 한 번은 네가, 또 한 번은 내가 서로를 번갈아 구해준 것뿐이야. 그러니 너는 너의 삶을 살아.
채운의 엄마는 교도소에서 애인이 떠났을 때 홀로 남겨진 자식을 걱정하는 대신 애인과의 이별의 고통을 더 아프게 받아들인다. 아버지를 칼로 찔렀다는 죄책감과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엄마의 희생을 괴로워하는 자식에게 자신의 지난 과오를 밝히며 가족과 잘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엄마라니. 엄마는 진실을 말한 걸까, 아니면 거짓말이었을까. 진실이든 거짓말이든 그 말이 채운에겐 아프고 쓰라린 말이었으리라. 엄마의 말처럼 누구의 자식도 되지 않은 채 아물지 않는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이후로도 세 아이의 이야기는 지속되었으리라. 삶이란 어느 순간이건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침표를 찍고 난 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연속성. 그 이야기마다 거짓과 진실이 뒤섞여 상처 나고 치유되며 일상을 살아가지 않을까. 작품 속 세 아이는 그 안에서 조금은 선의에 가까운 쪽으로 마음은 흘러갔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저마다의 크고 작은 시련으로 이쯤에서 이야기가 멈추길 바라는 누군가의 마음 안으로 흘러 들어가 아프더라도 자신의 삶 속 이야기를 끌고 나갈 힘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