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이 지나면 / 유복녀
어둡고 습한 기운 가득한 밤
전파 타고 들어오는 네모난 작은 창 너머
서둘러 달려가는 누군가의 손 떨림이
철렁 내려앉은 심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일 분이 십 년처럼 흐르는 시간
숱한 아우성과
처절한 외침과
지키고자 했던 그 무언가의 힘들은
전파를 통해 나에게로 닿고
난 도무지 잠들 수가 없습니다
밤은 길고
시간은 멈췄고
새벽은 멀고
한없이 나약한 난
내일을 위함이라며
억지로 눈을 감아보지만
귀는 열려
점점 더 크게 열려
세상의 소리 나는 쪽으로 자꾸만 기웁니다
아,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젠 잠들 수 있겠네 싶어
감긴 눈에 귀도 닫아보지만
심장은 제 속도를 잃은 채
설치며 나부대며 깨어나라며
손끝 발끝 말초신경까지 흔들어 깨웁니다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창문 열며 잠시 심호흡하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야지
살아내야 할 시간이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