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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Dec 06. 2024

이 밤이 지나면

시 쓰는 이야기

이 밤이 지나면  /  유복녀     


어둡고 습한 기운 가득한 밤     


전파 타고 들어오는 네모난 작은 창 너머

서둘러 달려가는 누군가의 손 떨림이

철렁 내려앉은 심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일 분이 십 년처럼 흐르는 시간    

 

숱한 아우성과

처절한 외침과

지키고자 했던 그 무언가의 힘들은

전파를 통해 나에게로 닿고

난 도무지 잠들 수가 없습니다

     

밤은 길고

시간은 멈췄고

새벽은 멀고     


한없이 나약한 난

내일을 위함이라며

억지로 눈을 감아보지만

귀는 열려

점점 더 크게 열려

세상의 소리 나는 쪽으로 자꾸만 기웁니다     


아,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젠 잠들 수 있겠네 싶어

감긴 눈에 귀도 닫아보지만     


심장은 제 속도를 잃은 채

설치며 나부대며 깨어나라며

손끝 발끝 말초신경까지 흔들어 깨웁니다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창문 열며 잠시 심호흡하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야지


살아내야 할 시간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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