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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의근원 Sep 27. 2023

사춘기엔 부채메뉴판

주사 안 아프게 놔주세요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토요새벽을 깨우는 가정 예배를 가려면 5시 20분에는 우리 집에서 출발해야 주차가 여유 있다

그런데,

5시 15분에 일어날 딸

늦었는데 바지까지 말썽 오늘 꼭 입고 가고 싶은 청바지 세탁이 안 된 상황

그때부터 엄마에게 화가 난 딸

지난 2주간 엄마 아르바이트하는 기간

자기 학원 픽업을 안 해주니 괜히 심통 부리고 어제는 자기 학원가는 날은 

알바를 가지 말라는 엄포 드럼학원 하나 다니시면서......

그래 다음 주에는 안 간다

속 시원하냐?


32분에야 차를 타긴 했는데 조수석에 앉아놓고는 안전벨트 착용을 안 한단다.

안전벨트 미착용은 법을 어기는 거니 엄마 차 함께 타고 갈 수 없다

당장 차에서 내려 걸어가 던 지, 벨트 하던지 선택하라니  

절대 절대로 네버네버 안 내린단다.

새벽에 걸어가긴 더 싫은 거지......

이미 출발한 상태 저기 골목 끝에서 내려했더니 자기는 절대로 안 내린다고

실랑이하다간 다른 사람들도 늦을 것 같아

어찌해서 안전벨트 안 하고 걸치기만 하고 교회도착

집에 갈 때도 안전벨트 안 할 거면 걸어와

엄마 먼저 갈 거야 하고 먼저 내려서 교회로

잠시 기도하고 눈떠서 강대상을 보니

강대상에 조신하게 앉아 있는 딸


예배 후 오늘 사람유두종바이러스 2차 예방접종 가야 되는 날

아침을 꼭 먹는 딸 아침 메뉴로 또 기싸움하기 싫어서 부채에 메뉴판 만들어서

"2호실 손님 주문하세요"

"아침 조식 서비스 시간입니다"

"주문받습니다"라고 하니 가로 좌 본능으로 침대에 누워 계시던 딸 얼굴에 순간 웃음이

"소고기구이, 짜장면으로 주세요"

"네네네 바로 만들어 드리지요"


우리 집 1호실엔 순둥 한 아들이 장기 숙박 중

2호실엔 개성 있는 딸이 장기숙박 중이라고 생각하는 엄마

다시 하기애매 하니고 화기애애해진 모녀사이


대기업 짜장 소스에 양파는 본인이 직접 썰어서 더 넣기

살짝 구운 소고기 겨자 찍어서 야무지게 드시는 2호실 손님

다 드셨으면 이제 주사 맞으러 갑시다


소아과 대기자 이미 50명 넘음

글이나 쓰자 (집으로 빨리 갈 수 있길)

그래도 

의사 선생님 주사 안 아프게 놔주세요

딸보다 엄마가 주사 더 무서워해요ㅎㅎㅎ

신생아 때부터 예방접종 때마다 절대 울지 않던 딸이니깐요


집에 와서 1호실 아들

"엄마 00 이는 아직 어리니깐 제발 싸우지 마"

싸운 거 아니야 엄마가 일방적으로 당한 거야

00 이도 자기가 엄마한테 당한 거래ㅎㅎㅎ

예배, 주사까지 큰 그림 그린 엄마시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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