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이라고 하니 유독 달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거 같다. 새해 음력 1.1일 이후 처음 맞이하는 보름달. 현대에는 설이나 추석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옛 선조들은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오곡밥이나 약식을 해 먹고 부럼을 깨 먹으며 액을 쫓았던 큰 행사였다. 그 풍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서로를 위해 기원하는 마음은 여전한 것 같다.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달에게 닿았을까? 굳이 보름달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원을 달에게 바랐을까? 그리고 그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차올랐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 달. 초승달(new moon), 보름달(full moon), 그믐달(dark moon)에 이르는 동안 한 번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날이 있었을까? 달이 이뻐서, 슬퍼 보여서, 유독 밝아서, 또는 달이 어두워 별이 더욱 빛나던 날도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날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도 달과 같지 않을까?
(nwe moon) 무엇이든 다 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던 희망 가득한 시작과 설렘, (full moon) 사랑과 감사, 기쁨으로 차곡차곡 가득 차올라 더는 바랄 것이 없다던 행복, (dark moon) 그러나 일상이 되어버린 순간 그 행복은 후회와 슬픔, 무의미함으로 사그라져 버린다. 하지만 또다시 설렘으로, 시작과 기쁨, 사랑과 감사, 후회와 슬픔 등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
< 일상은 우리가 가진 일생의 전부다 >라고 말한 < 프란츠 카프카 >의 말이 오늘 더욱 내 마음에 다가온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정한 서로의 노력들로 하루하루가 완성되고, 차곡차곡 쌓인 일상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다. 그렇게 지친 어느 날 추억을 하나 꺼내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다시 살아낼 용기을 낸다. 내가 이렇게 그들과 함께한 일상에서 힘을 얻었듯, 누군가도 나로 인해 살아갈 힘을 얻게 될까?
그렇다면 누군가의 일상이 된다는 건, 그저 평범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는 일생이 걸린 일일테니. 그럼 나는 어떤 일상이 되어 주고 싶은 걸까?
어느 날 문득 울고 싶어 질 때,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라고 전화할 수 있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새로운 도전에 함께 기뻐해 주고, 응원해 주는,
결과를 떠나서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잘했다, 멋지다 해주는,
내가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게 했던 건 이런 다정한 일상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게만 보이는 일상일 테지만, 내게는 살아갈 용기였다. 일상은 내가 가진 일생의 전부다. 다정함을 나눠 준 그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다정한 일상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ps.
" 전화해! 언제나 다정함을 장착하고 기다리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