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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 나무 Feb 26. 2024

달을 보며

누군가의 일상이 된다는 건

  


   정월대보름이라고 하니 유독 달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거 같다. 새해 음력 1.1일 이후 처음 맞이하는 보름달. 현대에는 설이나 추석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옛 선조들은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오곡밥이나 약식을 해 먹고 부럼을 깨 먹으며 액을 쫓았던 큰 행사였다. 그 풍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서로를 위해 기원하는 마음은 여전한 것 같다.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달에게 닿았을까? 굳이 보름달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원을 달에게 바랐을까? 그리고 그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차올랐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 달. 초승달(new moon), 보름달(full moon), 그믐달(dark moon)에 이르는 동안 한 번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날이 있었을까? 달이 이뻐서, 슬퍼 보여서, 유독 밝아서, 또는 달이 어두워 별이 더욱 빛나던 날도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날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도 달과 같지 않을까?


 (nwe moon) 무엇이든 다 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던 희망 가득한 시작과 설렘, (full moon) 사랑과 감사, 기쁨으로 차곡차곡 가득 차올라 더는 바랄 것이 없다던 행복, (dark moon) 그러나 일상이 되어버린 순간 그 행복은 후회와 슬픔, 무의미함으로 사그라져 버린다. 하지만 또다시 설렘으로, 시작과 기쁨, 사랑과 감사, 후회와 슬픔 등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




  < 일상 우리가 가진 일생의 전부다 >라고 말한 < 프란츠 카프카 >의 말이 오늘 더욱 내 마음에 다가온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정한 서로의 노력들로 하루하루가 완성되고, 차곡차곡 쌓인 일상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다. 그렇게 지친 어느 날 추억을 하나 꺼내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다시 살아낼 용기을 낸다. 내가 이렇게 그들과 함께한 일상에서 힘을 얻었듯, 누군가도 나로 인해 살아갈 힘 얻게 될까?


  그렇다면 누군가의 일상이 된다는 건, 그저 평범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는 일생이 걸린 일일테니. 그럼 나는 어떤 일상이 되어 주고 싶은 걸까?


어느 날 문득 울고 싶어 질 때,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라고 전화할 수 있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새로운 도전에 함께 기뻐해 주고, 응원해 주는,

결과를 떠나서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잘했다, 멋지다 해주는,


  내가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게 했던 건 이런 다정한 일상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게만 보이는 일상일 테지만, 내게는 살아갈 용기였다. 일상은 내가 가진 일생의 전부다. 다정함을 나눠 준 그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다정한 일상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ps.  

" 전화해! 언제나 다정함을 장착하고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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