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사와 운동
동남아에 온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제 조금은 정신을 차리고 브런치스토리에 다시 글을 올리기를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더위와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우기철이라서 더위가 그렇게 심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 몸도 더위에 적응을 해가고 있는 탓인지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그렇지만 비가 오지 않는 한낮에는 여전히 그 뜨거움으로 숨쉬기가 어렵다.
첫 2개월은 현지식 식사를 했었다. 그리고 점차 냄새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게 되었고 다른 방법을 수소문하며 찾고 있을 때, 회사 가까운 곳에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국식 분식점을 발견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하루 한 끼만큼은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나의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내가 주로 주문하는 음식은 4가지 있는데, 그 순서에 따라먹고 있다. 두부와 돼지고기가 곁들여진 김치찌개, 비빔밥 그리고 김밥 혹은 삼겹살 구이. 다른 음식들도 있지만 모두 면 종류라서 당뇨가 있는 나는 자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일주일에 한 번 라면은 꼭 먹는다. 나는 한번 이 라면을 먹기 위해 다른 날들은 밥과 면류를 최대한 줄이고 있고, 주 4회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헬스클럽에는 에어컨이 없고 천정에 대형 선풍기가 몇 개 매달려 있다. 나는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 억지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지난 4개월 동안 수십 번 하고 나서 비로소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몇 개월 전 운동을 해보려고 헬스클럽 몇 개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보았는데, 에어컨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운동을 할 수 있을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다가 몇 개월이 흘렀다.
클럽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땀이 나기 시작하고 숨이 막히는데 어떻게 운동을 할 수 있겠는가! 현지인들은 천천히 나름대로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건강관리를 해야 하겠기에 시작했던 것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니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땀이 나기 시작했고, 준비운동을 할 때는 이미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러닝머신에서 10분을 걸었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뛰어보려고 했을 때 나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물흐물해졌다.
한국의 헬스클럽에서 1시간 동안 흘린 땀을 동남아에서는 단 10분 만에 폭포수처럼 쏟아낼 수 있다. 10분 동안 러닝머신에서 걷기를 한 후에는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한참 숨을 몰아쉬고 얼음물을 마시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얼마나 짜증이 났던지 입에서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기왕에 큰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의지의 한국인으로서 하루의 운동을 끝까지 완수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어금니를 물고 2시간 더 운동했다. 나는 운동 순서는 이러했다. 준비운동 5분 – 러닝머신 10분 걷기 – 상체와 하체 근력운동 60분(아주 가볍게) – 러닝머신 15분 걷기 – 유연성 운동 30 분. 이렇게 첫 일주일 4번의 운동을 마쳤고 나는 거의 산 송장이 되었다.
운동과의 투쟁이 아니라, 모기, 더위와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주일 운동을 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시간을 여유롭게 하면서 쉬엄쉬엄 속도와 무게를 조절하는 요령을 터득해 나갔다. 특별히 근력운동에 있어서 하루에 상체와 하체 모두 하지 않고 상체 하는 날과 하체 하는 날을 나누어 아주 여유롭게 했는데, 이런 요령이 현지 상황에 내 몸을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한국인 특유의 급하고 강한 집념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운동을 통해 자연환경에 인간이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역사적으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많은 업적을 이룬 사람들도 있지만(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일찍 목숨을 잃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난 지금 나의 모든 생활적인 면에서 활력을 얻고 있는데, 규칙적인 생활,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이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허리를 둘러싸고 있는 50대의 튜브살은 변화가 없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튜브살이 빠지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