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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Jul 07. 2024

옥천여관 '결국은 가족'

옥천여관 '결국은 가족'

모처럼 연극을 관람했다.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옥천여관>을 마주했다. 관람료를 지불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자체 행사에 신청하여 초대권으로 자리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집중했다. 


※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옥천에 작은 여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삼 남매, 이웃집 청년까지. 등장하는 9명의 배우는 누구 하나 균형감을 잃지 않고 고른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머니로 연기하는 배우 한록수 분과, 막내딸로 극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는 오은진 분, 그리고 연극 무대에서 관객을 웃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주면서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훌륭하게 마친 이준렬 분의 연기는 연극에 심취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다소 진부한 소재, 너무 익숙한 설정이 중반부에 살짝 지루함을 안겨주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가족이란 작지만 거대한 울타리의 완성으로 치닫는 도약대가 되었다는 것은 연극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마지막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신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식으로 이어지는 설정은 대단했다. 소품 하나로 시점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연출은 100분 가까이 연극을 함께한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분명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난 참거나 버텨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두 눈에서 펑펑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 닦고 닦고 또 닦았다. 


낡아빠진 신파로 강요받지 않고, 앞서 언급한 다소 진부한 설정과 맥락들이 지칠 법도 한데 연극은 이 완벽한 훅 하나로 우리 모두는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올리고 또 그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은유하는 것은 아닐까. 연기만큼이나 정중하고 집중력 있는 커튼콜이 끝나고 모든 조명이 꺼졌을 때, 비로소 연극과 현실의 시간 여행을 마쳤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서사가 주는 힘. 커트가 바뀌면서 반복되는 자극들이 인스턴트 음식만큼 즐비한 영상 문화와 다른 연극의 힘. 소박하나 군더더기 없는 무대와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시도할 수는 없어도 흐름과 시점 그리고 몰입의 주체가 달라지도록 만드는 그 운영의 미학. 프레임 밖이 아닌 무대 너머의 땀방울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연극의 진미를 모처럼 경험한 좋은 시간이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대학로가 있어도 영화와 달리 연극은 조금 소홀해진다. 말 그대로 아주 가끔 보는 것이 전부라 볼 때마다 괜한 부채의식 때문에 그마저도 불편하다. 나 하나 거든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영화만큼 연극도 사랑하고 싶은데 참 어려운 일이다. 


<연극 자세히 보기>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400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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