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잭 슈렉 Jul 04. 2024

[독서일기] 탱고 마스터 ㅣ 양영아, 김동준

탱고 마스터 ㅣ 양영아, 김동준 ㅣ 비키북스

음악세계 애청자 모임 음악 감상회에서 처음 들은 피아졸라의 연주는 당시 내게 큰 충격이었다. 반도네온을 갓 알았을 시기였는데 피아졸라의 연주는 나의 음악적 취향을 한 뼘 더 넓혀주는 분명한 계기가 되었다. <여인의 향기>에서 앞을 못 보는 알파치노의 명연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두 남녀가 추는 강렬한 느낌의 탱고는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피자와 스파게티처럼 이제는 친숙해진 장르가 분명하다.


막연하게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막무가내로 동네에 있는 회화학원을 끊었고, 무턱대고 다니기 시작했다. 교재 따위 없이 1시간 정도를 오직 영어로만 이어갔던 수업은 결과적으로 내게 큰 도움이 됐었다. 고2 때라 우리 반에서 가장 막내기도 했고, 학교와는 달리 다양한 연령대의 같은 반 동지들이 있었기에 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던 어느 날, 키가 몹시 큰 미국 선생님 미셸과 함께 건물 2층 피자집에서 조촐한 회식을 즐겼다.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탱고는 아니었지만 몹시 흥겨운 팝 음악이 흘러나왔고 우리 중 나와 미셸만이 유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2~3분여 쉬지 않고 음악에 몸을 실었다. 클럽에서만 꼭 춤을 춰야 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식집이면 좀 멋쩍었겠지만 피자집에서 그 정도 리액션은 충분히 즐거웠다. 우리 덕분에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음악과 춤과 교감이 공간을 가득 채운 순간이었다.


좋은 음악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언제라도 춤을 출수 있으면 좋겠다. 부끄럼 타지 않고 설령 다른 사람이 추면 박수 쳐주고 호응해 주는 그런 가볍고 즐겁고 흥겨운 문화. 왠지 '춤'이라 하면 20세기에는 강남 제비와 카바레가 떠올랐고, 21세기로 넘어와선 아이돌의 군무만이 대명사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이 왠지 아쉽다. 그런 면에서 최근 춤을 소재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은 제법 놀랍고 또 흥미로웠다. 돈벌이에 혈안 된 방송국의 소모적인 콘텐츠로 사라지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더라도 춤은 그야말로 춤이다. 그 순간을 만끽하는 움직임. 리듬과 멜로디 음악에 몸을 싣는 그 짜릿함. 그래서 춤은 장르를 불문하고 언제나 우리의 기분을 늘 높여준다.



탱고는 어디 그렇지 않을까. 예쁜 일러스트로 채운 표지만 봐도 이미 탱고에 한발 들여놓은 기분이다. 탱고의 역사부터 탱고를 추는 방법, 탱고 문화의 배경과 탱고 아티스트의 소개까지 그야말로 탱고 백과사전이다. 학문적인 영역보단 탱고 춤의 테크닉에 대한 비중을 높여 구성했다. 춤은 머리보다 몸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한 면에서 볼 땐 올바른 편집이 아닐 수 없다.


낯선 용어들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음악 또는 영화에서 탱고를 접했고 그 기억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다면 어렵지 않다. 시작하며 언급한 <여인의 향기>의 그 유명한 장면만 떠올려도 충분히 수긍된다. 다양한 요소를 가미했으나 되려 전통적이지 않다고 본국에서는 외면을 받았으나 내겐 탱고의 포문을 열어준 피아졸라의 연주도 기회가 된다면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지만, 탱고라는 음악이 갖고 있는 매력은 찾으면 찾을수록 더 부풀어 오를 것이 분명하다.


이전 06화 [독서일기]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