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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Jun 19. 2024

[독서일기]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ㅣ 한숙현 ㅣ 리음북스

락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죽을 만큼 간절하게 부르짖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이야말로 국가가 내게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며 잠잘 때도 귓가에 스피커를 가져다 놓기도 했었다. <넘버3>의 한석규 이론에 따라 음악이 51 영화가 49였다. 내 삶 전체는 오직 음악이었다. 혈기왕성하던 시절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음악은 가장 사랑하는 예술 장르로 이어지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을 듣는 시간. 공간. 추억. 상황. 모든 것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연유로 다소 설명적이고 늘어지면서 약간 촌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그 어느 제목보다 솔직 담백하게 지어진 이 책을 읽어 나갔다. 나처럼 비전문가가 아닌 전문가의 관점에서 본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무릇 한 번 정도는 읽어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큰 매력을 지녔다. 음악 자체가 주는 힘, 정치와 사회 그리고 전쟁과 사상 등을 통한 음악의 역할, 근래 들어 K팝이라 칭하는 우리나라의 음악까지 저자는 그야말로 음악이 어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스펙트럼을 책 속에 펼쳐놓는다. 


지극히 나열에 가까운 배치가 종종 눈에 띄지만 그 역시 음악을 활자로 표현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을 때 드러나는 일종의 관습이랄까. 얼마 전부터 그런 편집들이 자주 보였는데, 소개하는 음악의 유튜브 링크를 QR코드로 첨부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만 같다. 


음악이 주는 행복함과 즐거움이란 커다란 주제 아래 이어지는 책의 흐름 속에 후반부에 이르러 가장 눈에 띄고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았던 부분을 언급하고자 한다. <타이타닉>이 침몰할 당시 연주자들이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이야기가 오버랩되었으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울림이었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수도인 사라예보의 가게 앞에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22명의 사람들이 그곳에 떨어진 포탄에 모두 목숨을 잃었다.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사라예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는 사고가 일어난 장소에서 매일 오후 4시마다 첼로를 들고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했다고 한다. 내전 중이라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연주를 멈추지 않았고, 하물며 그를 암살하려던 저격수마저 연주를 듣고 저격을 멈췄다고 한다. 그렇게 22일간의 연주는 무사히 끝이 났다. 


<관련 음악 듣기>

https://youtu.be/VNADQ-ZPPCI?si=U3J5NJ9E7Gs-beo2


치유라는 주제 아래 소개된 내용이었으나, 어쩌면 음악이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음악을 가까이 두고 지내는지 모른다. 위로받고 치유하고 사랑하고 행복한 모든 순간에 음악이 함께 할 것이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020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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