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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Sep 10. 2024

[독서일기] 달라붙는 감정들 ㅣ 의료인류학연구회

제목은 관심을 끌었으나 부제에서 머뭇거렸다. "일상적 참사는 우리 몸과 마음에 무엇을 남기는가" 하지만 아픈 몸을 낫게 하기 위해 쓰디쓴 약을 먹는 마음으로 손에 쥐었다. 언제부턴가 익숙해져 버린 '참사'라는 단어는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현재 진행형으로 사라지지 않는 앙금이 되어있는 것만 같다. 


모두 다섯 분의 전문가분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커다란 사건,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 과정에서 경험한 감정과 제도적으로 정서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 고민하고 거론되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좁게는 한 가정의 노인 돌봄을 시작으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이태원 참사. 수백 명의 아이들을 보내버린 세월호 참사까지 그 진심은 확장된다.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간의 속 터질 일들. 아이들을 배에 두고 탈출한 선장.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한 사람들. 수십 번의 신고가 접수되었으나 출동하지 않은 경찰. 밀집된 사람들. 모두가 철저한 약속을 바탕으로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주머니 속 송곳처럼 발생해버린 전파자들. 그때마다 우린 어떤 분노와 의심 그리고 슬픔과 동감의 감정 속에서 지칠 때까지 싸워왔고 버텨왔었다. 


숨은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각기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적잖은 분량의 이야기는 그간 매듭짓지 못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책 속에서도 언급된 표현으로 '제대로 추모되지 않은 애도는 훗날 마음속 응어리로 남는다'라고 하였는데, 이 책은 그 응어리를 달래주고 함께 기댈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 된다. 


슬픈 일이 일어났고,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는 말 그대로 매듭지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그 커다란 일을 겪은 당사자에게 비할 수는 없을 터. 묵묵히 나 한 명의 몫으로 그 마음을 이어가겠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909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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