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나간 관찰

B여사의 기록

by 진시율

Part 3 : 지나간 관찰

1화. 결벽과 강박의 여인, B여사

조증과 울증의 짧은 주기 속에서

B여사는 내 기억 속에서 언제나 완벽했다.느 깨끗했고, 늘 예민했다. 머리카락 한 올 흘려있는 꼴을 보지를 못했으며, 책상 위의 물건들은 정해진 각도로 놓여있었다. 그 질서를 지키는 것이 곧 생존이었다. 그녀는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청소를 했다. 닦을 곳이 없어도 닦고 정리할 물건이 없어도 정리를 했다ㅏ. 그건 청소라기보다는 의식에 가깝게 보였다. 치우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치우는 행위를 해야지만 하루가 시작됐다. 청소라는 행위는 단순한 위생의 문제가아닌 조증과 강박이 만들어낸 삶의 의식 중 하나이다.


조증이 시작될 때의 그녀는 눈빛이 반짝였다. 몸이 가벼워보이고 힘이 넘쳐났다. 말이 빨라ㅏ지고, 손끝이 쉼 없이 움직였다. 청소, 정리, 계획, 확장, 업무, 미팅 --- 그녀의 머릿속에는 늘 '더 나은 내일'이 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세상을 정복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잘 될 더야, 나는 할 수 있어"하지만 그 고양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밤이면 술과 함께 그녀의 눈빛은 탁해지고 손은 느려지며, 말의 속도도 줄고, 무엇을 해도 불안해 보이기만 했다. 모든 것이 틀린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것도 제대로 못 하지?" 그녀의 입에서는 자책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삶은 언제나 조증과 울증의 짧은 주기 속에 있었다.


기쁨은 언제나 불안의 서문이었고, 불안은 다시 분노의 서분이 되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밀어올리며 무너졌고, 무너질 때마다 자신을 더 세게 때렸다. 조증의 그녀는 세상을 쥐려 했고, 울증의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쳤다. 그 사이에서 그녀의 몸과 마음은 점점 닳아갔다.병원이라도 간다면 약이라도 먹는다면 괜찮아 졌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술을 찾았고 그러며 그녀는 더욱 완벽하려 애쓰고 있었다. "난 아픈게 아니야. 그냥 깨끗해야 내 머릿속도 정리가 될 수 있으니까 이러는거야"그녀의 결벽은 그렇게 심리적 방어기제가 되었다.


그녀는 완벽을 통해 자신을 지키려 했다.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내면을 외부의 질서로 붙잡으려했다. 하지만 완벽은 언제나 그녀를 배신했다. 먼지 하나, 얼룩 하나가 그녀의 하루를 무너뜨렸다. 그건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세상이 어긋나는 감각이었다. 그녀ㅕ에게 먼지는 혼잘의 징조였고, 청결은 존재의 확신이었다. 그녀는 늘 깨끗해야 했다. 그래야 불안이 잠시라도 사라졌다. 그러나 그 청결은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닦고 나면 다시 더럽혀졌고, 정리한 물건은 또 어긋났다. 그녀는 끝없이 되돌아갔다. 그 반복이 그녀의 인생이 되었다.


B여사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정리하며 살았다. 정리는 평온을 위한 행위였지만, 그 평온은 오히려 그녀를 더 깊은 강박으로 몰아넣었다. 그녀의 세계에는 '거의'라는 단어가 없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세계, 그게 그녀가 만든 감옥이었다. 울증이 찾아올 때면 그녀는 방 안에 틀어박혔다. 불꺼진 거실에서 담배를 태우고, 한숨을 쉬고, 술을 마셨다. 청소도, 대화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깨끗하지 않아"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흐렸다. 그 말은 집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탄식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완벽을 추구했지만, 그 완벽이란 결국 자신에 대한 불신이었다. "나는 틀리면 안 돼" 그 믿음은 그녀를 더 아프게 했다. 조증의 절정에서 울증의 골짜기로 떨어질 때마다 그녀는 자신을 무너뜨린다. "내가 만든 세상이 틀렸어"그 말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독백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말을 잊지 못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피로가, 체념이, 그리고 슬픔이 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통제하려 했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던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 B여사의 삶은 질서와 혼돈의 경계 위에서 끝났다. 그녀는 끝까지 깨끗한 세상을 원했지만, 그 세상은 그녀가 사라진 뒤에야 찾아왔다.나는 그 후로 오래도록 방 안의 공기를 잊지 못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고, 모든 게 완벽하게 흐트러져있는 그 완벽하지 못함 속에 남은 것은 오직 부재의 냄새뿐이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사람

B여사는 늘 스스로를 증명해햐 했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야했다. 그녀는 '잘한다'는 말보다 '흠이 없다'는 말을 더 좋아했다. 칭찬은 기쁨이 아니라, 안도의 신호였다. 그녀의 삶에서 와벽함은 사랑의 대체품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항상 "잘해야 사랑받는 아이"였다.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꾸중을 들었고, 성적이 떨어지면 눈치를 보았다. 그래서 그녀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는 법을 먼저배웠다. 간정보다 성과를, 따뜻함보다 단정함을 배웠다. 사랑은 언제나 조건부로 주어지는 감정이라 믿었기에, 그녀는 스스로에게도 조건을 걸었다. "나는 완벽해야 한다. 그래야 존재할 수 있다."


그 믿음은 시간이 지나며 신념이 되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가혹하게 다뤘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고,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정해두고, 그 일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한 번 틀어진 계획은 전부 다시 처음으로 돌려야 했다. 그건 효율이 아니라 의식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지배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었으니까. 그녀는 감정조차 정리하려 했다. 울어야 할 때르 정하고, 웃어야 할 때를 정했다. 감정은 흐트러진 머리칼처럼 불편했다. 그래서 그것도 다듬고, 눌렀다. 그녀는 웃음은 언제나 정확한 각도를 가지고 있었다. 미소조차 규율 아래의 행위였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다. 그녀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못했다. 하루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느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아" 그 말을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존재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였다.그녀는 완벽을 유지하기 위해 사랑을 통제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계획표를 요구했다. 감정의 시간표를 만들고, 약속의 빈칸을 채웠다. 사랑이 예측 불가능해질 때마다 그녀의 불안은 조증처럼 솟구쳤다. 그녀는 통제하지 못하는 감정을 '오염'이라 불렀다. 그래서 사랑을 깨끗하게, 정리죈 형태로만 남기려 했다. 그러나 사랑은 결코 정리되지 않는다. 그녀는 그것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의 완벽함은 점점 주변을 비웠다. 그녀는 깔끔했고, 정확했고, 예의바랐다. 하지만 그 정밀함은 어느새 차가움이 되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먼지가 없었고, 대신 사람도 없었다. 청결은 고독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나는 그녀의 집을 기억한다. 흰 벽, 반듯한 가구, 정리된 책, 모든 게 정지된 듯 고요했다. 거기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 안에서 평온을 느꼈을까, 아니면 감옥을 느꼈을까. 아마 둘 다 였을 것이다.


그녀는 말하곤 했다. "깨끗해야 마음이 편해요" 하지만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금만 어질러져도 다시 불안해졌다. 그건 마음의 청결이 아니라, 불안의 세척이었다. 닦을수록 불안이 드러났고, 정리할수록 혼란이 또렷해졌다. 그녀의 완벽은 결국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었다. 무너질까 봐, 버려질까 봐,인정받지 못할까 봐 그녀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유지했다. 완벽은 생존의 기술이었다. 그녀에게 불완전함은 곧 존재의 부정이었다.


나는 그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그녀는 완벽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안전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는 걸. 세상은 너무 불안정했고, 사람은 너무 변했고, 감정은 너무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직'정돈된 세셰 안에서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완벽은 사람을 구원하지 않는다. 그건 감정의 숨통을 조이고, 결국 자신을 질식 시킨다. B여사는 끝내 그 균형을 잡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오래 깨끗할고 했고, 너무 오래 흠 없이 사려 했다. 그 끝에서 남은 것은, 마치 병적으로 깨끗한 방 안에 남겨진 침묵의 냄새였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 방의 모습을 떠올린다. 먼지 하나 없는 공간, 그러나 숨 한 번 놓기 어려운 공기. 그녀는 아마 그곳에서조차 자신의 존재를 닦아내려 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었던 사람. 그 말이 곧 그녀의 생이자 그녀의 사망선고였다.





딸에게 향한 통제, 사랑과 폭력의 혼재

B여사는 딸을 사랑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늘 형태를 잃은 통제였다. 그녀는 딸을 품으면서고 밀어낼고, 보호하면서도 억눌렀다. 그녀의 손은 늘 따뜻했지만, 동시에 단단했다.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던 사람과, 그 손으로 매섭게 팔을 움켜쥐던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그녀는 딸을 완벽하게 키우고 싶어 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의 손으로 완성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에는 늘 목표와 기준이 있었다. 공부, 말투, 옷차림, 인간관계까지...그녀의 세계 안에서 모든 것은 정해져 있었다."이렇게 해야 해"그녀의 말은 언제나 단정했고, 여지를 허락하지 않았다.


딸은 늘 그말에 맞춰 살았다. 스스로를 표현하기보다. 어머니의 표정을 먼저 읽는 법을 배웠다. 어머니는 웃으면 안심했고, 그 얼굴이 굳으면 세상이 무너졌다. 그녀의 통제는 그렇게 '공기'처럼 존재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그 안에서만 숨을 쉴 수 있었다.B여사는 자신의 사랑이 옳다고 믿었다. 그녀는 "나는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은 주문처럼 들렸다. 그녀는 그 주문으로 모든 행동을 정당화했다. 딸이 힘들어해도, 울어도, 그녀는 단호했다. "세상은 더 냉정해, 이정도는 견겨야 해." 그 말 속에는 진심도, 폭력도 함께 있었다. 그녀의 사랑은 늘 '단련'의 형태로 주어졌다.


그녀는 딸을 강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강함은 감정의 억압을 의미했다. 눈물을 참는 법, 감정을 숨기는 법, 고통을 드러내지 않는 법을 가르쳤다.그녀는 말했다. "약한 사람은 버려져. 세상은 그런 법이야."그녀의 세계에서는 부드러움이 약함이었고, 순종이 생존이었다. 그래서 딸은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접었다. 감정을 정리했고, 생각을 숨겼으며, 항상 '괜찮은 아이'로 남았다. 그 아이는 성장했지만, 마음은 늘 미성숙한 채로 멈췄다. 그건 어머니의 결벽이 그녀의 내면까지 청소해버렸기 때문이다.


B여사는 딸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려 했다. 자신이 실패했던 세상에서 딸이 상공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 바람은 곹 강박의 재현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질서 속으로 딸을 끌어들였다. 그 질서 안에서만 딸은 안전했고, 그 질서 밖에서는 언제나 '틀린 존재'였다. 그녀의 통제는 딸에게 상처가 되었고,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 감정의 거리로 굳어졌다. 딸은 점점 말을 아꼈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어머니가 닦아놓은 집 안 어딘가에서 항상 조용히 숨어있었다. 그 조용함은 평화가 아니라, 공포가 만든 침묵이었다.


나는 그 둘의 관계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사랑과 폭력은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특히 '보호'라는 이름을 쓴 사랑은 가장 쉽게 폭력으로 변한다. B여사는 딸을 위해 모든 걸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속에는 딸이 선택할 수 있는 '아무것도'가 없었다. 그녀의 말투, 그녀의 시선, 그녀의 기대는 언제나 옳았다. 그 옳음이 딸을 병들게 했다. 그녀의 강박은 혈관처럼 가족에게 전이되었고, 그 피의 흐름 속에서 딸은 자신의 온도를 잃어갔다.


어느 날, 딸은 조용히 말했다. "엄마는 나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한 번도 나를 본 적은 없죠" 그 문장은 B여사의 생을 요약했다. 그녀는 사랑했지만, 바라보지 못했다. 자신의 두려움을 사랑이라 부르고, 그걸 통제라 착각했다.그녀의 통제 속에서 딸은 살아남았지만, 그 생존은 자유가 아니었다. 그건 감정의 절도된 연극이었다. 모든 대사가 예측 가능했고, 모든 표정이 조율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딸은 점점 투명해졌다. 그녀의 세상에서, 완벽하지 않은 존재는 결국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으니까.


B여사는 딸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너무 뜨거워서, 결국 딸의 숨결을 태워버렸다. 그녀는 몰랐다. 온도를 낮춰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손을 뻗을 때마다 조금씩 딸을 밀어냈다. 나는 B여사와의 관계를 떠올릴 때마다 묘한 이중의 감정을 느낀다. B여사릐 통제는 분명 잔혹했지만, 그 안에는 부정할 수 없는 애정이 있었다. 그건 병이 만들어낸 사랑이었다. 사랑이 아니라면, 그녀는 일미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딸을 붙잡았다.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사랑과 폭력은 그렇게 한 몸이었다. B여사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정돈됭 방 안에 남아 있었다. 그 손끝에는 먼지도, 온기도 없었다. 남은 건 오직 질서뿐이었다. 그 질서 속에서 딸은 오늘도 산다. 여전히 '완벽한 어머니의 딸'로. 그건 그녀가 벗어나지 못한 유산이며, B여사가 남긴 가장 무거운 사랑의 잔향이다.












2화. 내려놓음의 순간

지방으로의 이사, 모든 상실의 시작

B여사의 삶이 무너진 건,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부터였다.회사 확장이 실패하고, 오래 살던 도시의 집을 정리해야 했던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내려놓음'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들은 위로의 의미로 말했지만, 그녀에게 그 말은 패배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사는 그녀의 질서를 깨뜨렸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삶의 구조, 정리된 서랍과 각이 맞는 가구, 그 모든 것들이 포장 상자에 묶여 흔들릴 때 그녀의 냐면도 함께 부서졌다. "나는 이사라는 걸 믿을 수가 없어." 그녀는 그날, 자신이 만든 세계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늘 같은 장소,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하루의 리듬은 그녀의 정신을 지탱하는 '틀'이었다. 그런데 그 클이 사라졌다. 새 집의 공기는 낯설고, 빛은 다르게 들어왔다. 바닥의 질감이 다르고, 벽의 색이 달랐다. 그녀의 세계가 이방인의 집에 옮겨진 순간,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여기서 왜 살아야 하지?"그녀의 첫마디는 슬픔이 아ㅏ니라 분노였다. 그녀는 낯선 공기 속에서 스스로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익숙했던 모든 질서가 흩어지자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을 다스릴 수 없게 되었다.


지방의 삶은 느렸다.도시의 소음이 없고, 사람의 발자취가 적었다. 그녀는 그 조용함을 견디지 못했다. 그녀에게 고요는 평화가 앙니라 공허였다. 소리가 사라지자,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내면의 소음이 커졌다. 그건 억눌러왔던 후회와 분노, 그리고 이름 없는 허무였다. 그녀는 매일 집안을 닦았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일수록 닦는 행위가 더 잦아졌다. 그건 새 환경에 적응하려는 몸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닦아도 불안은 줄지 않았다. 닦을스록 더러워지는 느낌, 그건 현실의 먼지가 아니라 삶의 잔재였다.


그녀의 몸은 점점 지쳐갓다. 한탄이 늘고, 계속해서 술을 찾았다. "오늘 하루만 버티면 돼."그녀는 글엏게 말했지만 , 그 하루가 끝날 때마다 더 무거운 내일이 찾아왔다. 딸은 도시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낯선 동네에거 홀로 남았다. 지방의 공기는 맑았지만, 그 맑음이 그녀를 더 투명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않았다. 그녀는 존재의 경계에서 서서히 흐릿해졌다.


도시에서는 강박이 그녀를 버티게 했다. "내일은 더 완벽해야 해"그 믿음하나로 살아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내일이 없었다. 그저 반복되는 오늘 뿐이었다. 그녀의 질서는 목적을 잃었고, 그녀의 손은 더 이상 닦을 이우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함참을 앉아있었다. 헝크러진 머리 후줄근한 옷차림, 그리고 자신이 만든 질서에서 벗어난 얼굴. 그녀는 말했다."이제는 진짜 늙었구나."그 말은 단순한 노화의 자각이 아니라, 정신의 퇴장 선언이었다.


그녀는 점점 사람을 피했다. 전화를 받지 않고, 약속을 미루었다. 말수가 더욱 줄었고, 표정은 무미건조해 지고 있었다. 감정이 아닌, 의무로만 하루를 이어갔다. 그녀의 강박은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그 강박을 실행할 에너지가 사라졌다. 그때부터 그녀의 세계는 정리되지 않은 혼돈으로 변했다. 책상 위엔 쌓여가는 먼지, 싱크대에 남은 그릇, 정리되지 않은 서류들.그녀는 그것들을 보며 중얼거렸다."이건 내가 아냐"그 말은 마치 고백처럼 들렸다. 그녀는 자신의 불완전함은 인정할 수 없었으며 내려놓음을 실행 할 수 없었다. 동시에 깉은 절망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닦지 않았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며,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닦는 대신 밀어두었고, 계획은 세워지면 무너지기 일 수 였다.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으나 스스로를 원망했다. 그 속에는 평온함이 아닌 모든 것을 포기한 고요함이 었다. 그녀는 말했다. "살다 보면 다 놓게 되나 봐."그 말은 이병의 연습처럼 들렸다. 그녀는 마침내 완벽을 버렸고 그 빈자리에 슬픔이 아닌 정적이 남았다.B여사의 인생은 그렇게 조용히 꺼져갔다.


누가 봐도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날 그녀는 마음속에서 모든 걸 정리했다. 도시의 빛도, 집의 질서도, 사랑했던 사람도, 미워했던 사람도. 그녀는 자신을 지탱하던 모든 질서를 닦아낸 뒤,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마저 닦아냈다. 그녀는 그렇게 사라졌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마치 먼지를 털듯 가볍게...






알코올과 자책감, 무너져가는 자아

B여사는 결국 술에 의지하게 되었다. 처음엔 자존심 때문에, 그다음엔 불면을 달래기 위해, 그 다음엔 생각을 지우기 위해. 그리고 어느 날 부터는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끼기 위해 마셨다. 잔이 기울 때마다 그녀의 하루도 기울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어지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멈출 이유가 없었다. 술은 그녀에게 죄책감을 마비시키는 약이자, 다시 죄책감을 떠올리게 하는 독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술을 마시면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러나 술은 결코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 술이 깨어나면, 더 진한 후회와 더 깊은 자책이 남았다. 그건 잊으려다 되새긴 상처의 반복이었다.


술을 마신 그녀의 얼굴은 늘 고요했다. 오히려 맨정신일 때보다 더 차분했다. 하지만 그 고요는 마취된 평화였다. 잔이 비워질수록 그녀의 시선은 멀어지고, 말은 흐려졌다."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그녀의 말은 늘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지나갔다'는 말 속에는 '나는 이미 끝났다'는 체념이 숨어있었다. B여사의 자책은 특정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오랜 시간 누적된 감정의 무게였다. 그녀는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고, 사랑한다면서도 딸에게 상처를 준 자신을 미워했다. "내가 그 아이를 망쳤어"그 말은 술이 들어갈 때마다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녀는 그 말을 매번 다른 표정으로 했다.


때로는 울면서,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아무표정 없이. 그건 참회의 말이자, 자기 처벌의 주문이었다. 술은 그녀를 과거로 데려갔다. 기억은 왜곡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그녀는 술잔을 들고 지난날의 대화를 되뇌었다."그때 내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왜 그 손을 뿌리쳤을까." 그녀는 자신을 심문했다.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끝없이 반복하며. 그녀의 자책은 점점 일상으로 번졌다. 거울을 볼 때마다, 티비를 볼때 마다, 손을 씻다가, 빈 컵을 닦다가. 그녀는 자신을 탓했다. '이건 애가 잘못한 거야' 그 문장은 그녀의 모든 행동에 붙어 다녔다.


B여사는 자신을 벌주듯 살았다.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않고, 사람을 피했고,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멀리했다. 그건 마치 의식적인 소멸처럼 보였다. 그 중 술은 더욱 친한 친구가 되었다. "벌 받겠지"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누구에게 용서를 구했는지도 모른 채.그녀의 벌은 끝이 없었다. 술은 점점 그녀의 신체를 무너뜨렸다. 손끝이 떨리고, 혈압이 불안정해졌으며, 얼굴의 빛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약 보다는 술을 택했다. 그녀의 선택의지가 사라진 뒤였다. 이제는 술이 아니면 안될 수준이 되었다. 가족들이 뭐라하면 술을 숨기고 마셨다. 술은 그녀의 진심을 꺼내놓았고, 그 진심은 늘 후회였다.


그녀는 점점 말을 잃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취해있었다. 잔이 비어있든, 가득하든 상관없었다. 그저 손에 술병을 쥐고 홀짝였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일 땐 더욱 마셨다. 그 술 병이 그녀의 균형이었다. 딸은 가끔 그녀를 찾아왔지만, 대화는 오래가지 못 했다. B여사는 늘 딸의 눈도 피했다. 그녀는 딸을 보면 살아온 모든 시간들이 들춰지는 기분이었나보다. 사랑도, 폭력도, 강박도, 후회도. 그녀는 결국 그 시선을 견디지 못했다. 그리고 미안하다 말했다. 대신 술을 먹으며 어렴풋이 비친 얼굴이 자신이 아니길 빌어보며...


그녀의 마지막 시기는 거의 침묵에 가까웠다. 대화 대신 독백, 계획 대신 기억, 삶 대신 반복. 그녀는 하루를 버티는 대신, 하루를 지우는 법을 택했다. 그건 생존이 아니라 소멸의 연습이었다. 나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날을 기억한다. 테이블 위에는 반 쯤 마신 술 병이 있었으며 그 옆으로는 닦지않은 자국과 쌓인 서류들, 그 위 다이어리에 이제는 흔들리는 글씨체가 되어버린 서체로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결말이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을 정리했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정돈이었다.


B여사는 그렇게 떠났다. 자책과 알코올이 뒤섞인 채, 아무런 소란도 없이. 그녀가 남긴 것은 깨끗한 잔과, 그 잔에 남은 희미한 지문 뿐이었다. 나는 그 흔적을 오래 바라봤다. 그건 그녀가 살아있었다는 마지막 증거이자, 스스로 용서하지 못한 인간의 흔적이었다. 그 흔적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완벽하여 했던 사람의 마지막은, 경국 자신을 부서뜨리며 완성된다는 것을...





“결국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사람"

B여사는 끝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다. 그녀의 삶은 철저하게 자신을 단죄하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늘 '옳음' 속에 살았지만, 그 옳음이 자신을 갉아먹는 줄 몰랐다. 그녀의 하루는 죄책감으로 시작해, 후회로 끝났다. 누군가를 미워한 적은 거의 없었다. 대신 자신을 미워했다. 그 미움은 깊고, 조용했다. 남에게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내면에서는 매일 자신을 심문했다.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왜 그 말을 했을까.", "왜 더 참지 못했을까."


그녀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그건 회산이 아니라, 자기 재판이었다. 판사도, 증인도, 변호인도 없는 법정에서 교녀는 매일 자신을 심문하고, 스스로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녀에게'용서'는 관념이었다. 말로는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닿지않았다. 용서란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덜어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자신에게 내린 상처는, 평생 짊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도덕처럼, 신념처럼 단단했다.


그녀는 선하고자 했다. 그 선함이 그녀를 파괴했다. 그녀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화를 내지 않으려 애썼으며, 늘 누군가를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그 이해의 방향은 언제나 자기 부정으로 향했다.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그녀의 입버릇 같은 그문장은, 결국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사람의 기도였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다.사랑받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모두 '조건'을 붙여야만 가능했다. 그 조건의 틀 안에서 그녀는 매번 자신에게 불합격을 줬다.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그녀가 타인을 용서하는 데는 서툴지 않았다고. 다른 사람의 잘못에는 관대했고, 상처 준 이에게조차 미소를 지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늘 '나는 다르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타인보다 더 엄격하게 다뤘다. 그건 강박이 아니라, 양심의 중독이었다. 그녀는 삶을정리하며 수없이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괜찮다는 말은, 세상을 향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달래기 위한 최후의 언어였다. "괜찮아, 이제 다 지나갔어."그녀는 그렇게 속삭이면서도 끝내 자신을 믿지 못했다. 그녀의 '괜찮음'은 늘 불안정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후회와 정직. 그녀는 자신에게 솔직했지만, 그 솔직함이 곧 벌이 되었다. 자신의 결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사람은 오히려 더 고통스럽게 산다. 그녀는 그 고통을 견디는 법을 몰랐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분은 참 성실한 분이었어요.", "마음이 곱고, 책임감이 강했죠."그 말들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 성실이 얼마나 그녀를 갉아먹었는지, 그 책임감이 얼마나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는지.


B여사는 늘 "나는 괜찮아요"라고 말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의 괜찮음은 방어였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했기에 스스로를 달래야 했다. 그 말 속에는 묘한 단호함이 있었다. 마치 '나를 구할 사람은 이제 없다'는 듯한.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방은 너무 그녀답지 않아서 슬펐다. 얼마나 오래 무너져 있었는지...깨끗해야할 다이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고, 제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은 자기 자리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 무질서함이 그녀의 불안이 얼마나 가득했는지를 보여줘서인지 슬펐다. 세상이 아직 모르는 듯, 그대로 두고 있었다.


그녀의 손때가 남은 컵, 그녀가 접어둔 수건, 그녀가 반듯하게 정리해 둔 서류철. 모든 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흔적'인데, 어쩐지 너무 완결되어 있었다. 그 완결감 속에서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마음을 느꼈다. "이제 더이상 망치고 싶지 않아" 그녀는 스스로의 존재를 '흠 없는 상태'로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살아 있을 때조차, 그녀는 이미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정돈이었다. 그녀의 방식으로, 그녀의 언어로, 그녀는 세상에 작별을 을 고했다.


B여사는 그렇게 떠났다. 누구에게도 원망박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미안함을 남기지 않으려 애섯다. 하지만 그녀가 끝내 용서하지 못한 건, 타인도, 세상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에게 냉정했다. 그 냉정함이 그녀의 강함이었고, 동시에 그녀의 죽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한 인간이 얼마나 자신을 잔인하게 대할 수 있는지를 떠올린다. 그건 병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슬픈 기록이다.


누구나 용서받고 싶어 하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용서하지 못하는 건 늘 자기 자신이다. 그녀는 경국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그 벽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 아무도 닿을 수 없는, 자기혐오의 심연. 그녀는 거기서 조용히 멈췄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멈춤을 기억한다. 그건 죽음이 아니라, 용서의 부재가 만든 침묵이었다.


그녀는 완벽하려했다. 하지만 완벽은 용서를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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