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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Apr 26. 2024

하늘을 본다

힘이 들 때면,


"힘이 들 때는 하늘을 봐라"


문득 목소리가 먼저 들렸고,

나는 그 목소리의 기억을 찾았다.




아빠의 목소리다.

언제인가 한 겨울, 아빠와 산책을 하는 도중 잠시 쉬어 가던 운동기구 주변.

물구나무 서기를 돕는 운동기구 위에서 아빠가 하늘을 바라보며 하신 말씀이었다.


나는 아빠의 머리와 다리를 거꾸로 세워놓는 그 기구의 안전성이

못마땅하고 의심스러워 아빠 옆에 꼭 붙어 있었더랬다.


아마도 당시 나는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내 일상을 끌고 나가기가 버거워 자주 울었고

그런 마음을 드러내지 못해 또 울었다.


아빠가 아실 턱이 없었건만,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아빠도 내가 모르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셨던 걸까?


그 때의 기억속으로 들어갈 수록

하늘을 보던 아빠의 눈빛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진짜 하늘 위 무언가를 보고 계신듯 해서

나는 아빠의 눈빛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웃는 것도 같은, 울 것도 같은

그 눈빛을 놓칠 것 같아, 나는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아빠는 마치 위로를 받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매일 무심히,  그저 당연히 있을 곳에 있는 사물같던 하늘인데,

오늘은 문득 하늘이 보고 싶었고,

하늘을 보니 잊고 있던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내가 그 소리를 잊고 지냈나? 싶을 정도로

울림이 컸다.


"아빠가 그랬어. 힘들땐 하늘을 보라고..."


하늘이 정말로 나를 위로 하는 것인지,

아빠의 눈빛이 나를 위로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분명 잔잔해졌다.


'넓고 넓은 하늘, 이런 우주 가운데

이 슬픔이 뭐 그리 무겁다는 거지?   뭐..........


그렇게 크지도 않네...'



갑자기 내 슬픔이 굉장히 만만해 지는 느낌이다.

그래, 힘들땐 하늘을 봐야겠다.


                                                                               (그림 : 소리 by 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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