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더라도,
독서모임에서 글쓰기를 해 왔다.
그간 쓴 글들을 모아보면 수 십편은 될 것이다.
처음에는 "챌린지"였고 지금은 "미라클"이 맞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의 질문이 있었다.
'내가 정말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뭐든 써 봐야 했고,
그래서 새벽기상, 독서모임, 1일1글 등의 루틴을 만들었다.
"나 글쓰기 좋아해~~ 글쓰는거 취미야"
글 잘 쓰는 주변 지인들은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들이 쓴 글이 정말 좋았고, 나는 부러움에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내가 읽었던 이 글만을 유독 잘 쓴 것일까?'
'저 분은 정말 매일 읽고, 쓰는 그런 일상을 즐기는 분일까?'
이런 의문을 품기도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글 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만은 아니다.
오래도록, 꾸준히, 매일 쓰는 사람.
쓰는 일을 밥 먹듯 하는 사람.
글이 써 지지 않을 때에는 그 마음을 애통해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다.
요즘 나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이게 또 고민이다.
이럴 때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임을 안다.
'내가 정말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는 꾸준히 매일 썼다.
쓰는 일은 밥 먹듯 내 일상의 당연한 일이 되었다.
(단, 많은 양을 잘 쓰진 못했다. 밥도 많이, 자주 먹진 않는다. ㅎㅎ)
글이 써 지지 않을 때에는 애통하다.
하지만 손이 머리를 따라가는 것인지, 머리가 손을 따라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써 지는 날엔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한 기쁨이 있다.
이 정도면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아직도 이 질문 앞에 머뭇거린다.
문제는 챌린지이다.
글쓰기나 독서모임같은 커뮤니티, 글벗, 책벗들이 없어도 나는 계속 그러할까?
브런치에서 내 글을 읽고, 댓글로 공감하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독자분들이 없이도 그러할까?
그런 외부 요인 없이도 나는 내 스스로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
이런 생각에 자신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계속해서 커뮤니티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정말 글쓰기를 좋아해서 인지,
글쓰기를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해서 인지 모를 일이다.
'내가 정말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이 질문을 나는 계속할 수 밖에 없다.
내 정체성이기 때문에.
'이 나이게 될 때까지 너는 아직도 니 자신을 모르냐?'라고 질타할 사람이 있어도 상관없다.
아마도 죽기 직전까지 나는 나를 정의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아직 질문에 답을 확실히 얻지는 못했지만,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글을 써 볼 작정이다.
'당신은 글쓰기는 좋아하는 사람입니까?'
내 자신의 목소리에, 타인의 질문에 즉시로 대답하고 싶다.
"네, 좋아해요, 저는 글쓰는 사람이예요"
이런 대답이 부끄럽지 않도록,
일단 내 눈앞에 최대한 "빼박"증거를 쌓아 놓아 볼 생각이다.
"여기, 쌓인 글이 있다.
물리적 실체가 있는 "빼박" 증거이다.
게다가 글쓰기는 근육 키우기처럼 정직한 데가 있다.
쓰면, 는다, 무조건이다. 돈 건다.
신의 축복을 받아 재능을 물고 태어난 사람들만큼 잘 쓸 수는 없더라도
어제의 나보다는 잘 쓸 수 있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p.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