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땐,
몸이 아플 땐 병원을 찾듯이,
마음이 아플 땐 책을 찾는다.
약을 삼키듯,
문장을 삼킨다.
실망이 절망에 가까와지면,
절망은 곧
포기를 낳을 준비를 한다.
문장이 약 기운처럼
온 몸으로 퍼질 즈음이면,
포기를 낳는 해산의 고통이
내 속에 멈춘다.
마음 속에 조심스런 용기가
꿈틀대고,
나는 비로소 회복 중인 거다.
-소리-
(그림 : 소리 by 미드저니)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짐작할 수가 있다.
가볍게 넘어갈 증상인지,
오래 고생하게 될 증상인지...
그렇거나 말거나 약 먹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픈 것이 두려워 약부터 찾는다.
오래 고생할 것 같으면,
아예 첨부터 쎈 약을 먹는다.
문제는 마음에 열병이 나는 때이다.
몸의 증상과는 달리 짐작이 되질 않는다.
오늘 하루로 끝날지,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마음의 열병은 더 무섭지만, 약이 없다.
아니, 부루펜이나 타이레놀같은 약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찾는다.
약을 목구멍으로 털어넣고 넘기듯,
책 속의 문장들을 꾸역꾸역 삼킨다.
신기하게도 문장들은 내 속에서
약처럼 기운이 돌게 한다.
이 아픔과 상처를 멋지게 물리치지 못한
나를 질책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말들로 나를 위로하고,
쓰다듬느라 애쓰는 문장들을 보며
마음의 열꽃은 시들어 가고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