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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May 19. 2024

문장을 삼킨다

마음이 아플땐,


몸이 아플 땐 병원을 찾듯이, 

마음이 아플 땐 책을 찾는다.


약을 삼키듯, 

문장을 삼킨다.


실망이 절망에 가까와지면, 

절망은 곧

포기를 낳을 준비를 한다.


문장이 약 기운처럼

온 몸으로 퍼질 즈음이면,


포기를 낳는 해산의 고통이 

내 속에 멈춘다.


마음 속에 조심스런 용기가

꿈틀대고, 


나는 비로소 회복 중인 거다.


-소리-


                                                                 (그림 : 소리 by 미드저니)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짐작할 수가 있다.

가볍게 넘어갈 증상인지,

오래 고생하게 될 증상인지...


그렇거나 말거나 약 먹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픈 것이 두려워 약부터 찾는다.


오래 고생할 것 같으면, 

아예 첨부터 쎈 약을 먹는다.  


문제는 마음에 열병이 나는 때이다.

몸의 증상과는 달리 짐작이 되질 않는다.


오늘 하루로 끝날지,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마음의 열병은 더 무섭지만, 약이 없다.

아니, 부루펜이나 타이레놀같은 약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찾는다.


약을 목구멍으로 털어넣고 넘기듯, 

책 속의 문장들을 꾸역꾸역 삼킨다.


신기하게도 문장들은 내 속에서 

약처럼 기운이 돌게 한다.


이 아픔과 상처를 멋지게 물리치지 못한

나를 질책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말들로 나를 위로하고,

쓰다듬느라 애쓰는 문장들을 보며

마음의 열꽃은 시들어 가고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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