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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Jun 24. 2024

욕심부린다고 될 일이다.

글쓰기 욕심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책을 통한 배움이 아니라, 실제 "수업"이라는 형식에서

내가 얻게 되는 유익함은 무엇일까? 


매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줄어든다는데, 글쓰기 관련 책은 어쩜 이리도 많은지 놀랍다.

모두 저마다의 주장, 이유, 소리가 있다.

유독 글쓰기 책을 읽을 때면, 누군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호기심이 차오른다.  


끙끙대며 혼자 쓰고,  혼자 읽고, 혼자 수정하며 고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는 늘 내 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지금 내 감정 맞나?'

'다른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표현할까?'


그런데 글쓰기 책을 보면 아, 이런 문제에 이 분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구나.

이런 방법으로 글을 쓰는구나... 

타인의 쓰기 스타일, 철학, 내면의 움직임을 볼 수 있으니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까지. 

"나"의 글쓰기로 돌아오면, 그들은 늘  '참고사항'이 될 뿐이었다.


교만한 생각인가? 싶다가도 역시나 나는 밑줄까지 그으며 열심히 읽었던

글쓰기 책들이 내용이 "응용" 이 되지 않는다. 

그 답답함이란!!! 


글 속에는 늘 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 방법이나 스타일을 응용해 보려 하면, 

당최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하고 어색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은유 작가의 <글쓰기 상담소>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가지 내가 붙잡고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중에 몇 가지는 나의 글쓰기에도 적극 활용해 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면서,

만약 누군가로부터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면,

독서가 아닌 정말 학생 vs 선생님의 관계로 수업을 듣는다면, 

내 글이 뭔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마저 들었다.


책에서 내가 얻게 된 유용한 팁은 다음과 같다.  


첫쨰, 첫 문장은 빨리 쓴다.

첫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내가 읽는 거의 모든 글쓰기 책에서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었다. 

그래서 늘 첫 문장에 대한 과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가능한 한 빨리 일단 써 보라니!


마음속 깊은 곳에 담고만 있을 뿐, 모든 대가들이 첫 문장의 중요성을 말하는 소리에 위축되어 

감히 내놓지 못했던 내 생각과 딱! 마주치자 속이 후련해지면서 첫 문장의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둘째, 글감 자체가 글은 아니다.

셋째, 글은 엉덩이 힘이 아니라, 산책에서 비롯된다.

넷째, 내가 쓰고 싶은 글 vs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 중,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우선이다.

다섯째, 글쓰기가 막히면, "포기"해도 좋다, 아니 괜찮다!

여섯째,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독서 형태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기"이다.

일곱째, 글쓰기 시간을 사수하는 방법은 "철저히 이기적으로 굴어라"







때로는 자기 검열에 묶여 있는 내 글을 본다.

나만 알고 있는, 알 수 있는 위선과 모순과 적절한 타협의 여지를 보면, 

그저.....


부끄럽다.



오늘 은유 작가의 책을 읽고 있자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에 대해 누군가의 냉정하고 현실적인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나의 내면은 또다시 질문한다.


왜냐하면, 

나를 좀 더 정확하게, 정직하게 보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를 나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온갖 희로애락을 뒤집어쓴 나는 넘쳐나는 감정들과 뒤섞여 진짜 내 모습이 보이지가 않는다.


분노하는 나, 슬픔에 침잠해 있는 나, 외로움에 상처받은 나, 

기쁨과 환희에 들떠 있는 나, 질투하고 시기하는 나, 어리석음에 부끄러워하는 나, 

양심과 죄의식에 괴로워하는 나...

이들 중 무엇이 진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글쓰기는 이런 나를 분리시켜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는 나를 

관찰자로 세워놓는다.  








글쓰기 수업에서는 이런 나를 더 정직하게 직면하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내 글을 냉정하고 현실적인 기준으로 평가받고 

지금은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더 좋은 글이 되기 위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걸까?


아,   글을 안 쓰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인데, 

글쓰기 욕심은 이렇게 문득문득 나를 괴롭힌다.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글쓰기 상담소> 은유, p.45










#은유의글쓰기상담소#은유#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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