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안 간 날이었다.
공원에는 그 많던 새들과 아이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이 세상에 어쩌면 나 혼자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하룻날이었다.
우리 공원은 하교시간만 되면 아이들로 북적거리고
소음이 하늘을 찔러 어디에서나 들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모두가 학교에 있는 시간의 공원은
마치 세상에 이 곳만 존재하듯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공원 입구 오른쪽 모퉁이에는
수백 년은 산 것 같은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이들은 보통 이 주위에서 서로 놀 곤 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느티나무 아래에 서면 그늘로 우리들의 쉼터를 만들어 주었고,
벌레들도 느티나무가 쉼터인 듯 느티나무에 옹기종기 붙어있었다.
땡볓 속 처참히 고개 숙인 꽃들을 뒤로하고
나는 느티나무의 마른 흙들을 보고는 한 컵 분량의 물을 주었다.
그러자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어두워지며,
먹구름이 다가오고 소나기인듯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바람때문에 꽃들도 뽑힐 듯 요동치고 있었지만,
느티나무가 바람을 어느정도 막아주고 있었다.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한 나는 느티나무 밑에서 멍하니 비가 그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문득
"이 느티나무도 미래와 과거를 이겨내고 자라난 것일 텐데,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본다면 그 동안 이 느티나무가 겪은 과정은 상상조차 하지 못 하겠구나"
.
.
.
나는 항상 그랬다.
.
.
.
보이는 것만 생각하고 주변의 것들은 신경써본 적이 없었다.
선뜻 모든 것을 품을 수 있게 될 때까지의 과정은 얼마나 고되었을까?
하지만, 이 느티나무도
세상의 단지 작은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산란해 진다.
늦은 오후, 보기 싫던 먹구름은 일렁이는 바람 덕에 물러난다.
이곳의 바람이 먹구름을 움직이듯 그 느티나무는
나의 마음 속 기저에 있던 어두운 마음을 거치게 해주었다.
내 발 밑에는 땡볕에 고개 숙인 꽃들이 곧게 서 나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