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으로
기억하고 싶은
기억되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던 그 사람과
그때의 내가 그리운 것도 사랑이란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잊고 잊히고
끝내는 소멸 한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어가기 시작한다.
나의 흔적은 오래지 않아 지워질 것이다.
사랑은 영원히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사랑만이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이 결여된 삶은 아름다울 수 없고
또한 행복할 수 없다.
나는 어제 원데이클래스 ‘수제 사진책’을 만들었다.
핸드폰 속 사진을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보고 있지만, 내게는 아직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있다.
직접 쓰고, 사진을 찍고, 말하고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나는 존재를 의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토요일 저녁,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작고 아담한 서울형 책방‘을 찾아 20여분을 걸었다.
생각보다 밤공기는 무겁고 끈끈했다. 한참을 걷고 걷다 ‘저기’ 일 것 같은 후미진 곳에 책방은 다소곳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실내는 어둑한데 초록벽지와 붉은 커튼이 인상적이다. 책들의 작은 재잘거림이 나를 반기는 듯했다.
같은 목적을 위해 모인 이들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다.
이메일로 보낸 내 사진은 출력이 되어 눈에 보이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으로 태어나있었다.
책방지기님이 준비해 둔 재료들을 앞에 두고 앉아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가위, 송곳, 바늘, 딱풀, 목공풀, 실, 자,...
어둑한 실내 불빛 아래에서 온 신경을 칼끝에 집중하며 출력된 사진을 두 장씩 하나로 자른다.
계속 반복... 표지까지 자른 12장의 종이의 중간을 칼등과 실리콘 칼을 이용해 그어주고 접는다.
사진책의 크기는 카드크기와 같다.
송곳을 이용해 세로 9cm 중간인 4.5cm에 구멍을 뚫는다. 그 구멍을 기점으로 위아래로 1.5cm씩 각각 2개의 구멍을 더 뚫는다.
제목이 적힌 페이지를 시작으로 마지막에 들어갈 페이지 사이에 내가 원하는 사진을 순서대로 배열한다. 페이지 중앙에 5개의 구멍이 난 사진을 두 장씩 바느질해서 엮어나간다.
세 번째 페이지부터는 앞에 실로 묶은 두 페이지 살이를 관통하며 이어준다.
또 반복작업이다. 실로 엮인 페이지 묶음에 목공풀을 칠한다. 책등이 될 부분에 종이로 덧대준다.
마지막으로 사진책의 커버를 페이지 묶음 앞뒤로 딱풀을 이용해 붙인다.
꼬박 두 시간을 만들었는데 어디에서 잘못된 건지 커버와 붙여야 할 끝페이지가 중간에 들어가 버렸다.
모두들 완성을 했는데 나 혼자 미완성이다.
책방지기님에게 부탁해서 바늘과 실을 빌려왔다.
집에 돌아와 꾸역꾸역 마무리해서 완성을 했다.
힘든 만큼 뿌듯함도 컸다.
작지만 직접 책을 만들어본다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 사진책에는 스위스 여행, 가족 여행, 민화, 캘리를 담았다.
나는 사진책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내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들여다보는 중이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