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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물고기 Oct 22. 2024

작별하고 싶으다 2

불타는 밤, 불면의 밤을 넘어서



지금은 조금 불타고 있다.


아직 남은 불씨가 남아 양볼은 발그레하고 거칠고


상처로 트고, 딱지가 앉았다.


피부과에서는 ‘안면홍조’라고 하고


한의사와 약사는 갱년기 증상으로 체온조절이 안되고 열이 위로 솟구치는 거라고 열을 꺼줘야 한단다.


12일을 연속으로 잠을 한두 시간 잤더니


삶이 피폐해졌고, 우울에 잠식되어 갔다.


내가 그린 이모티콘


약사 친구가 권해준 약을 먹고


화끈거림을 덜 느끼게 되었다.


눈물 나게 좋았고 고마웠다.


그날은 그런대로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좀 나아지는가 싶었으나


나의 얼굴은 또다시 불타기 시작했다.


나는 좌절했고, 고통스러웠다.


다시 불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던가? 생각해 봤다.


아, 잘못한 게 너무 많다.


황련해독탕을 하루에 5~6번 먹었다.


황련해독탕 <출처;한국전통지식포탈>

상한(傷寒)일 때 심한 열로 마음이 조급하고 괴로워서 잠을 자지 못하거나 병이 나은 뒤에 술을 마셔 다시 심해진 것과 일체의 열독(熱毒)을 치료하는 처방임


설사를 하고, 이것저것 먹는 약에 신물이 올라왔다.


약사는 일주일 이상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몸을 차갑게 하면서 몸의 기운도 빼기 때문이라고.


한의사는 열흘을 먹어도 괜찮다고 했다.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도 열을 잡아야 했다.


열흘동안 먹는 황련해독탕은 쓰고 독했다.


채식을 많이 하고, 하루에 물을 4리터 이상 마시고, 운동을 해서 땀을 내고, 30분씩 반신욕을 했다.


오른쪽 뺨에서 열이 나다가 왼쪽 뺨에서 나다가 교대로 왔다 갔다 했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약사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달리 말할 곳도 없었고, 원하는 답도 들을 수 없었으니까...


10월 22일 오늘로 꽉 찬 한 달이다.


그제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직 정상은 아니지만 이만큼이라도 감사하다.


잠을 잘 수 있고, 월요일에는 민화를 그리러 주민센터에 다녀올 수 있었다.


삶의 구비마다 숨은 복병들에게 호되게 당할 때마다 당황하고 속수무책 당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얼마전 라인에서 승인받는 이모티콘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하루하루 가을이 더 깊어가고 겨울이 다가온다.


아프느라 정신없던 사이 가을이 가고 있다.


나의 이 열기도 가을과 함께 사라지기를 바란다.



평범하고


사소하고


보잘것없고


지루하기까지 했던


일상이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왜 나는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요즘은 이 노래를 많이 듣는다.


위안을 받는다.


https://youtu.be/Kaq4LFM47I0?si=1b-HKR9mIIRCZhxM

민들레/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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