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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러나 Aug 18. 2024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던 이유

해석이 불가능한 삶

책 모순을 쓴 양귀자 언니가 그랬다.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


요즘 내 삶이 해석되지 않는다. 생을 살아냈다기보다는 어쩌면 버티기에 가까운 삶이었다. 앞 구르기를 해도 뒷구르기를 해도 이 방황의 종지부가 잘 찍어지지 않는다. 시간도 공간에 포함되는 개념이라면 난 역마살이 제대로 낀 것 같다. 시간과 시간 사이를 휘젓고 다니다 해석되지 않는 삶을 언제부턴간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글쓰기를 멈췄다.


요 몇달간은 부친의 회사에서 일을 했다. 어쩌면 그곳에 잔류하게 될 것 같다. 내가 지금껏 써왔던 글들은 용기가 객기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걸어온 싸움이었는데, 지금은 느지막이 백기를 들어야 하는 때가 아닌가 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하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내 방황이 그저 팔자 좋은 년의 일탈로만 읽혀질까봐 두렵다.


스스로도 읽어내기를 잠시 멈춘 삶. 자신이 아니면 대체 이 삶을 누가 설명할 수 있을까. 혹시나, 다시 글을 써야 해석의 실마리를 찾게 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몇 자를 적어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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