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 감별사의 침구류 구매기
오늘의 소비 요약
총 사용비용 : 약 14만 원
가성비 : 5 /5
재구매 의사 : 5 /5
좋았던 점 : 색상도, 촉감도 모두 대만족.
아쉬웠던 점: 더 빨리 살걸...
내 기억엔 5살 때쯤, 몇 년간 사용하던 애착 베개가 있었다. 그 베개커버는 해질 만큼 해졌었다. 근데 나는 그 촉감이 너무 좋은 거다. 엄마가 그걸 재활용 센터에 버리고 와서 울며불며 재활용장에서 다시 찾아올 정도였다. 나는 촉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침구류는 무조건 만져보고 산다.
나는 차렵이불을 쓰지 않는다. 자취방엔 이불장이 없어 계절별로 이불을 두면 공간 차지를 너무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불, 이불솜,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패드조합을 사용하면 사계절을 날 수 있다. 봄, 가을에 적당히 따뜻한 솜에 커버를 씌워 사용한다. 겨울에는 같은 조합에 극세사 담요를 같이 덮는다. 여름엔 커버만 덮고 잔다. 커버를 사계절 내내 사용하는 셈이다.
이불을 적을 땐 3주에 한번 많을 땐 2주에 한번 세탁한다. 이불 세트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바로 말리기 위해 건조기를 사용한다. 건조기를 사용하면 확실히 섬유가 상하는 것 같다. 세탁할 때마다 기철이 교복처럼 이불이 얇아지는 것 같다.
근데 나는 그게 나쁘지 않다. 면 특성상 얇아질수록 묘하게 몸에 착 감기고 촉감이 더 좋아진다. 오히려 살짝 해진 느낌이 좋다.
넷플릭스에서 '인스턴트 호텔'을 즐겨봤었다. 인테리어 예능인데, 호주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나와 최고의 숙소를 뽑는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가성비, 접근성, 집 컨디션 등 여러 가지 기준에 점수를 매긴다. 거기서 심사위원이 매번 하는 말이 있다.
‘흰색 침구는 청결의 상징이다. 흰색 침구를 사용하면 더러워진 것을 금방알 수 있고, 깨끗하게 유지하게 된다.‘
그 말이 너무 인상 깊어 흰색 이불을 좋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흰색 침구가 인테리어와 어우러지는 게 내 눈엔 그렇게 예뻐 보이는 거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촉감이다.
몸에 착 감겨서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 이불.
이게 가장 중요하다.
하루는 건조기에서 이불을 꺼내는데 이불 커버가 찢어져있었다. 사용한 지 3년 정도 되었나..?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정확히는 찢어졌다기보다는 해진 느낌이었다. 그 이불커버는 똑딱이 단추로 되어있었는데, 단추로 잠그는 부분이 해지고 있었다. 하나의 이불 커버로 사계절을 나다 보니 사용 시간으로 보면 참 오래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잠결에 해진 곳 사이로 내 발이 들어가 버린 것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봤던 사람이라면 점점 구멍이 커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딱 그때처럼 찢어진 구멍으로 내 발이 자꾸만 들어가 구멍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단추가 있는 부분이 완전히 찢어졌다.
날씨가 아주 좋은 주말 아침이었다. 이불 찢어지는 소리에 (물론 내 잠버릇 때문이지만) 일찍 잠에서 깼다. 깬 김에 바로 차를 렌트해서 이불을 사러 이케아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 아직 이케아 오픈시간 전이었다. 오픈시간까지 30분이 남았었다. 나 말고 3~4 그룹이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살다 살다 이케아 오픈런을 해보다니. 간단한 커피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이케아 주변에 가게가 많이 없었다. 주변을 서성이다 오픈하자마자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배가 너무 고파서 연어 스테이크와 탄산수를 먹었다.
맛있지만 묘한 인스턴트의 맛. 이케아의 맛.
든든히 배를 채우고 쇼룸을 잠깐 구경했다.
이케아는 한눈팔기 너무 좋은 곳이다. 예쁜 쇼룸들을 보며 내 미래의 집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봤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쇼룸은 예쁜 노란 벽이 있는 거실이었다. 벽과 진한 초록색의 가구가 너무 잘 어울렸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 겨우 침구류 코너에 도착했다. 처음엔 이불 커버 하나만 사려고 했다. 가장 촉감 좋은 흰색의 이불 커버로.
처음에는 NATTJASMIN 나티아스민 이불 + 베개 커버 세트를 고려했다. 호텔침구 같아서 깔끔하게 좋아 보였는데, 그게 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조금 아늑해 보이는 커버를 찾아보기로 하고 NATTJASMIN 나티아스민 매트리스커버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다 맘에 딱 드는 제품을 찾았다. 흰 침구지만 네이비색 선 디테일이 있어 아늑한 느낌도 주는 제품. SILVERTISTEL 실베르티스텔 이불 + 베개 커버 세트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적당한 가격대와 좋은 품질. 안 살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DVALA 디발라 베개커버를 두 개 구매했다.
둘러보다 보니 내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적당한 가격대 위주로 구경하는 중에 또 마음에 쏙 드는 색상의 커버를 만나버렸다. BERGPALM 베리팔름 녹색 스트라이프 커버이다. 나는 주변에서 초록 덕후라고 할 정도로 초록색을 좋아한다. 가끔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어 또(x2) 장바구니에 담았다. DVALA 디발라 매트리스 커버 그레이 그린 색상도 함께.
집에 오자마자 이불 커버와 베개 커버를 교체했다. 기분이 좋았다.
어떤 기분이냐면 며칠이고 침대에 있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
교체 전 이불의 찢어진 틈 사이로 발이 들어갈 때마다 커버를 교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그런 생각 없이 마음껏 몸부림칠 수 있다. 처음 써보는 색깔 있는 이불도 좋은 선택이었다. 짙은 나무색인 침대 프레임과 잘 어우러졌다. 안락한 나만의 침대가 완성되었다. 당분간 세탁도 걱정 없이 할 수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이 이불 커버를 매일매일 누릴 수 있다는 것!
나는 하루에 8시간 정도 잠을 잔다. 하루의 1/3은 침대에서 보내는 셈이다. 이렇게 자주 (거의 매일) 오랜 시간 사용하는 것을 내 마음에 드는 걸로 바꾸니 하루의 만족도가 확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이런 게 현명한 소비일까 생각도 했다. 자주 오래 쓰는 것에는 돈, 쓸만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