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고 싶은 것
그 어떤 유명인사보다도 '롤모델'이라 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다. 그 분과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만 6년이 지나간다.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면 이따금씩 그분이 생각난다. 그리고 한 번씩 내가 전화를 드릴 때면 늘 "여보세요" 대신 내 이름을 먼저 불러주셨던, 가끔씩 뵈어도 늘 한결같이 대해 주시는...
나의 고3 담임선생님이시다.
내가 교사를 꿈꾸게 되었을 때, 제일 처음 생각나는 분은 고3 담임선생님이었다. 그리고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되고 싶다며 다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고3 담임선생님의 모습은 하나로 단정 짓기 어렵다. 당시 우리 반에는 마흔 명의 학생이 있었다. 학생 다들 성향이 제각각이고, 고3이라서 희망하는 학과나 진로도 다양했다. 그런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각 학생들의 성향에 맞게 다가와 주셨다. 남학생들에게는 큰 형이나 막내 삼촌처럼 친근하게 다가가서 장난도 치고, 여학생들에게는 큰 오빠나 막내 삼촌처럼 세밀한 것도 챙겨주곤 하셨다.
그러다 우리가 잘못할 때면 그 누구보다도 무섭게 우리를 야단치셨고, 그럴 때면 감히 선생님을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위엄 있게 보이기도 하셨다. 복도에서 선생님이 남학생들이나 드센 여학생과 마주치면 아주 큰 소리로 학생들 이름 석 자를 부르시던 게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런데, 내가 선생님과 마주치면 선생님은 부드럽게 "진영아"라고 내 이름을 부르면서 항상 밥 먹었냐고 물으셨다. 그리고 늘 내가 교무실에 가면 웃어주셨다.
고3 때 나는 음대입시준비 때문에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정규수업만 끝나면 네 시쯤에 하교했는데, 학기 초부터 선생님께서는 나한테 일찍 하교하기 전에 매일 교무실에 들러서 선생님을 보고 가라 하셨다. 그래서 나는 매일 하루에 적게는 한 번, 많게는 두세 번씩 교무실에 들렀고, 나중에는 담임선생님 옆자리의 선생님들도 나를 반겨 주셨다.
그때는 매일 교무실에 들러서 인사하고 하교하는 게 귀찮을 때도 있었는데, 지나고서 생각해 보니 선생님이 왜 그렇게 하라고 하셨는지 미루어 짐작이 되었다. 어쩌면 선생님은 다른 학생들보다 반나절 일찍 학교에서 나가 밤늦게까지 집과 먼 곳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나를, 인사도 없이 보내기엔 눈에 밟히셨던 건 아니었을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금 생각해 본다.
또한 담임선생님으로서 학급경영을 참 잘하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 우리 반에서는 어느 누구도 따돌림당하지 않고, 분위기도 서먹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벽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요즘 교직과목 중 학교상담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그 수업을 강의해 주시는 전직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을 대할 때 학생들 개개인이 어떤지 파악하고, 각 학생의 성향에 맞게 다가가고 행동해야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나의 고3 담임선생님은 그런 분이셨던 것 같다.
교사가 되려고 다짐했을 때부터, 나중에 교사가 되면 학생들을 대할 때 고3 담임선생님처럼 학급경영을 해 보고 싶다며 마음속으로 수차례 되뇌곤 했었는데, 오늘 또다시 되뇌어 본다.
'선생님, 저도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