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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늘 Oct 09. 2023

#.5 K-성인식

베를린에서 김장하기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해외에서 김치 없이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나는 아니다.


그렇지만 베를린에 있는 동안 김치 없는 식사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김치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있더라도 500g에 만 원씩 하니까 아끼느라 찌개나 볶음밥도 잘 못 해먹고.. 넉넉하게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먹던 집밥이 그리웠다.


그래서 이스터 휴가 때 한국인 친구들과 김장을 하기로 했다.


각자 Chinese Cabbage라고 써 있는 한국 배추를 원하는 만큼 가지고 판코우에 있는 담하네 집에 모였다.

담하의 플랫메이트 아닐이 영국에 가족들을 보러 가서 집을 통째로 쓸 수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김치를 처음 담가보는 것이었다.

다 같이 주방에 모여서 분주하게 일을 하니까 꼭 명절 같았는데, 어른이 없다는 점이 이상했다.

또래 친구들끼리 담그는 김치라니.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김치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


코리안 걸 7명이 독일 베를린의 플랫 욕조에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있는 장면이란..

그리고 아닐의 취향인지 화장실 한 켠에 있는 불상까지 오리엔탈함을 더해(?)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와 우리끼리 김치 담그니까 뭔가 진짜 어른 된 것 같아."

"그러게, 이게 K-성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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