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사모 Nov 16. 2024

“당신은 나에게 들은 사실만 말하면 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교회 안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들이 생길 때가 있다.

교우들과 교우들, 사이의 크고 작은 갈등관계에서 사모는 공통분모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결혼을 하고, 사모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나를 따로 불러 처음 했던 당부의 말은 두 가지였다. “사모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

“교우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을 들었을 때 칭찬이 아닌 말들은 상대방 교우에게 전하면 안 된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아버지, 입이 무거우면  손으로 이렇게 받쳐 들고 살아야겠네?”대꾸하면서 흉내까지 냈다. 그때 아버지의 얼굴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저 철부지 녀석이 어찌 그 험난한 사모노릇을 하고 살까.’ 걱정 가득했던 눈빛까지.


사모로 사는 동안 아직까지는 말을 잘 못 전달해서 문제가 생겼던 때는 없는듯하다.(내 기억엔)

내 인격이 뛰어났다거나 엄청 노력을 해서 그런 게 아니다. 다행히 남의 말을 잘하지 않는 교우들을 더 많이 만났었기에 그랬던 것 같고, 어쩌다 말을 하는 교우들이 있어도 나는 그 이야기가 별로 재미가 없었다. 누구에게 빨리 얘기해야지… 할 만큼.


문제도 있었다. 교우들은 서로 간에 의견이 엇갈리거나, 목회자인 남편에게 직접 하기 어려운 말을 사모인 나에게 먼저 말했던 것이고, 내가 남편인 목회자에게 잘 전달해 줄 거라고 여긴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던 때도 있었다. 이런 경우엔 남편한테 한소리 들었다.

“당신은 나에게, 들은 사실만  말하면 돼.”

참… 힘들다!

 

작가의 이전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