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고등학교선배였던 교회오빠들 말고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원조(?) 교회오빠들도 있다. 원조 교회오빠들을 만나 옛날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와 엄마의 모습과 추억까지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
아버지가 안중교회에서 목회하셨을 때 만난 원조교회오빠가 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할머니와 동생들과 서울에서 지냈기 때문에 방학 때만 안중에 갔고, 오빠도 그때만 만날 수 있었다. 내 기억 속 오빠는 우리 아버지만큼 부지런했다. 중, 고등학교 학생 때도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방학 때 안중에 가서 지낼 때면 아침 일찍 교회 사택 문 앞에 신문을 놓고 뒤돌아 뛰어가던 오빠의 모습을 보곤 했다. 틈틈이 또 다른 일을 하던 오빠의 모습도 보았다. 공부도 잘해 중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내내 전교 1등만 했다고 교회에 소문이 났었다. 이 글을 쓰다 문득 소문이 사실이었는지 궁금했다. 바로 오빠한테 전화로 확인해 봤다. “늘 전교 1등을 한 건 아니고 가끔씩 2등도 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목회지가 바뀌게 되어, 나도 더 이상 안중에 내려갈 일이 없었고 오빠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한참 지나 잊고 지내던 오빠를 다시 만나게 된 곳은 아버지의 서울 새 목회지 교회였다. 오빠는 서울의 명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며 그 교회에서 열심히 목회자 수련 중이었다.
나는 얼마 뒤에 오빠보다 먼저 결혼을 했다. 나이로는 오빠가 남편보다 위지만 목회 서열(?)로는 남편보다 두 해쯤 아래다.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도 남편과 나에게 존댓말을 하는 오빠가 고맙다.
오빠는 은퇴를 했다. 강촌에 있는 우리 교단의 수련원에 가끔 가서 빨래와 청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오가는 길에 있는 우리 교회에 가끔 들릴 때도 있다. 어제도 왔다 갔다. 월요일이라 남편과 함께 셋이서 나들이 삼아 밖에 나가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오빠와 둘이서 신나게 옛날이야기를 했다. 남편에게도 내가 이미 했던 이야기였다.
남편은 평소에 내가, 했던 말을 두 번 하는 걸 엄청 싫어한다. 그런데 교회오빠들과 수다를 떨 땐 아무 말도 안 한다. 언제부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