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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엘리온 Mar 09. 2024

아들은 왜 저럴까

강추위에 대한 안전 안내 문자가 수시로 오고,

몇 겹의 옷을 껴입고 두터운 패딩으로 마무리를 했음에도 이빨이 딱딱 부딪칠 만큼 추운 날.


엄마는 히터가 빵빵하게 틀어진 차 안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본다.

마시던 차를 컵홀더에 내려놓으면서 무심히 바라본 창 밖에는 14살 아들이 얇고 얇은 천 쪼가리만 걸친 채,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훈련을 하고 있다.

강한 바람을 막아줄 벽 하나 없이 사방이 트인 곳에서.



주말리그가 없는 토요일은 아들이 유일하게 아무 일정 없이 쉴 수 있는 날이다.

그마저도,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그 소중한 날, 녀석은 스스로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레슨 일정을 잡는다.

한창 열중하고 있던 컴퓨터 게임을 손에서 놓고, 

운동할 때 속이 부대낀다며 떡볶이, 피자, 치킨처럼 주중에는 구경도 못하던 음식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신발끈을 질끈 동여 묶고 집을 나선다.


'저 아이는 도대체 왜 저럴까?  따뜻한 방안이 좋을 테고, 놀고 싶을 텐데...'

'무엇이 저 아이로 하여금 살을 에는듯한 추위를 견디게 하는 것일까?

문득, 드는 궁금증에 읽던 책을 내려놓고 한참을 바라본다.

차 안의 히터가 미안해지지만, 감히 시동을 끌 엄두는 내지 못한 채.


게임도, 떡볶이도 마다하게 하는 아들의 간절함이 안쓰럽기까지 한 것은 엄마이기 때문에 드는 마음일까?


공부에 흥미가 없는 만큼 학업성적이 형편없는 아들이지만, 나는 녀석이 자랑스럽다.

인생마저 돌아보게 만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나는 저렇게까지 원했던 것이 있을까?'

'눕고 싶고, 먹고 싶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싶은 몸의 욕구들을 이기면서 해야 할 일을 향해 단호했던 적은 얼마나 있을까?'


엄마인 내가 중학생 아들을 통해 자극받고, 도전받고, 마음을 새롭게 다잡기도 하는데...

"중2병?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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