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대한 안전 안내 문자가 수시로 오고,
몇 겹의 옷을 껴입고 두터운 패딩으로 마무리를 했음에도 이빨이 딱딱 부딪칠 만큼 추운 날.
엄마는 히터가 빵빵하게 틀어진 차 안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본다.
마시던 차를 컵홀더에 내려놓으면서 무심히 바라본 창 밖에는 14살 아들이 얇고 얇은 천 쪼가리만 걸친 채,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훈련을 하고 있다.
강한 바람을 막아줄 벽 하나 없이 사방이 트인 곳에서.
주말리그가 없는 토요일은 아들이 유일하게 아무 일정 없이 쉴 수 있는 날이다.
그마저도,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그 소중한 날, 녀석은 스스로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레슨 일정을 잡는다.
한창 열중하고 있던 컴퓨터 게임을 손에서 놓고,
운동할 때 속이 부대낀다며 떡볶이, 피자, 치킨처럼 주중에는 구경도 못하던 음식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신발끈을 질끈 동여 묶고 집을 나선다.
'저 아이는 도대체 왜 저럴까? 따뜻한 방안이 좋을 테고, 놀고 싶을 텐데...'
'무엇이 저 아이로 하여금 살을 에는듯한 추위를 견디게 하는 것일까?
문득, 드는 궁금증에 읽던 책을 내려놓고 한참을 바라본다.
차 안의 히터가 미안해지지만, 감히 시동을 끌 엄두는 내지 못한 채.
게임도, 떡볶이도 마다하게 하는 아들의 간절함이 안쓰럽기까지 한 것은 엄마이기 때문에 드는 마음일까?
공부에 흥미가 없는 만큼 학업성적이 형편없는 아들이지만, 나는 녀석이 자랑스럽다.
내 인생마저 돌아보게 만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나는 저렇게까지 원했던 것이 있을까?'
'눕고 싶고, 먹고 싶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싶은 몸의 욕구들을 이기면서 해야 할 일을 향해 단호했던 적은 얼마나 있을까?'
엄마인 내가 중학생 아들을 통해 자극받고, 도전받고, 마음을 새롭게 다잡기도 하는데...
"중2병? 그게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