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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런던살이 22일차라서 1일 2공연을 간 나?

뮤지컬 <물랭루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안토니오 파파노, 캐롤린비드만)

by Daria Mar 16. 2025



오늘도 아름다운 아침 햇살의 기분 좋은 간지럼에 느지막이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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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불백과 고추장찌개로 아침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치즈케이크와 초콜릿 푸딩을 먹었다. 치즈케이크는 얼마 전 Waitrose에서 샀던 그 케이크가 맞다. 초콜릿푸딩은 룸메이트가 준 것이라 정확히 무슨 제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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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달콤한 사과를 먹고 이제 진짜로 나가 본다. 오늘은 무려 두 개의 공연을 예매해 둔 날이라 바쁜 하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 중 하나를 취소하는 것이 현명해 보였지만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과욕을 부렸다(그러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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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웨스트엔드까지 걸어가는 길, 날씨가 몹시 화창하여 발걸음이 절로 경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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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푸르고 맑으니 어느 곳에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모두 다 예쁜 모습만 담긴다. 새삼 참 행복이란 게 별 거 없구나 싶다. 따사로운 햇살, 건강한 육체, 아름다운 음악, 이 세 가지면 최고의 행복을 누리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조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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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취향은 밤의 빅벤보다 낮의 빅벤이다. 햇살을 받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빅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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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Piccadilly Theatre에 도착했다. 소호 웨스트엔드의 피카딜리극장에서는 뮤지컬 <물랭루주>를 상연하고 있다. 고로 오늘 나의 첫 공연은 <물랭루주>가 되겠다. 런던에 오고 난 후로 첫 뮤지컬 관람이라 그런지 괜히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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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 모두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뜨고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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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올라가는 길에 거울이 있어서 내 사진도 찍었다.



공연 시작 전, 입장 시간 동안에도 무대의 조명을 화려하게 켜두고 신나는 음악도 빵빵하게 틀어두어서 관객들의 흥을 미리 돋워준다. 뮤지컬 <Moulin Rouge(물랭 루주)>는 19세기 파리의 카바레 '물랭루주'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카바레의 공연 무대를 뮤지컬에 녹여내어 화려하고 강렬한 것이 특징이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 무대 사진만 보아도 온통 강렬한 빨강으로 물든 것이 이 극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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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어깨를 들썩이며 관람할 수 있는 화려한 뮤지컬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물랭루주>는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는 서사를 선호하는 사람에겐 한번 더 고민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뮤지컬 <물랭루주>에 대해서 이전에 게시한 공연 후기 글의 링크를 첨부하니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읽고 싶으신 분들은 첨부된 링크를 따라가시면 되겠다.

https://brunch.co.kr/@myhugday/129



인터미션 때 사람들이 Bar에 모여 (그 짧은 시간에) 음주를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물론 인터미션 시간 내에 그 술을 모두 다 마실 필요는 없고 공연장 안으로 술을 들고 입장할 수 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중년 부부도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공연을 관람하더라. 아, 인터미션 때 그 부부와 담소를 나눴는데 남편 되시는 분께서 온 가족이 손흥민 팬이라고 말씀하셨다. 새삼 손흥민 선수가 정말 대단한 축구선수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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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칸에 붙여둔 문구가 재미있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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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분위기 속에 공연이 끝났다. 아이고, 드디어 나갈 수 있구나! (흥겹고 화려한 성격의 공연이 내게는 조금 산만해서 뒤로 갈수록 점점 지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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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때, 그리고 공연이 완전히 끝난 후 퇴장 때 찍은 사진이다.



뮤지컬을 보고 나온 뒤 그다음 두 번째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요기를 하고자 소호의 빵집 Fabrique에 들렀다. 지난번에 지나가다 발견하곤 괜찮아 보여서 맘속으로 언젠가 꼭 가야지 점찍어뒀던 곳이라 시간이 빠듯한 와중에 부랴부랴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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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많았지만 나는 아몬드번을 골랐고 이는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이 아몬드번이 너무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먹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참은 이유는, 가난하기도 했고 이 번에 들어간 무지막지한 양의 설탕과 버터가 선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걸 두 개나 먹는 건 건강에 몹시 안 좋을 행위임이 분명했다. 어쨌든 몸에 안 좋은 음식이 맛있다고 했던가! 정말 고소하고 부드럽고 맛있었다. 다른 번들도 하루에 하나씩 다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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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다 먹고 이제 두 번째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Barbican Centre(바비칸센터)로 넘어가야 하는데 소호만 왔다 하면 안 터지는 멍청한 유심이 또 말썽을 부리는 탓에 구글맵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다. 혼자서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다가 더 이상 시간낭비를 했다가는 공연을 못 볼 지경에까지 이르고야 말았고 결국 낯선 행인을 붙잡고는 구글맵 좀 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도 친절하게 내 부탁을 들어줬지만 왠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해.... 하지만 조금 슬픈걸...? 아무튼 고마워요 젊은이.... 당신이 날 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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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Tesco에 들러서 또 부랴부랴 생수와 여성위생용품을 사고 구둣발로 울퉁불퉁한 돌길을 열심히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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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Barbican Centre가 보이고 다행히 공연 직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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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두 번째 공연은 Sir Antonio Pappano가 지휘하는 London Symphony Orchestra와 Carolin Widmann(violin)의 연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경우 원래 Janine Jansen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공연 하루 전 연주자의 건강상의 이유로 Carolin Widmann으로 교체되었다. Janine Jansen의 연주를 듣고 싶었던 터라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이 좋아서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참석했는데 Carolin Widmann의 연주가 훌륭하여 결과적으로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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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공연에 대해서도 역시 일찍이 게시한 공연 후기 글의 링크를 첨부하니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읽고 싶으신 분들은 첨부된 링크를 따라가시면 되겠다.

https://brunch.co.kr/@myhugday/130



공연이 모두 끝나니 제법 밤늦은 시각이 되어 귀갓길이 꽤 춥게 느껴졌다. 아마도 구두와 짧은 치마 차림이라 더 춥게 느껴졌을 것이다. 오들오들 떨며 집에 돌아와 건조 파인애플을 집어 먹고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좋은 공연을 두 개나 보아서 알찬 하루였지만 역시나 하루에 2회의 공연은 강행군이었다. 더군다나 각 공연의 장소가 달라서 더 힘든 일정이었다. 공연을 관람하는 데는 집중력과 몰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냥 앉아만 있는 것 같아 보여도 꽤 큰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한다. 그래서 제대로 집중하여 공연을 보고 나면 때때로 어지럽기도 한데, 이러한 행위를 하루에 두 번이나 연달아하였으니 힘에 부칠 만하다. 다음부터는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에 공연은 하나까지만 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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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며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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