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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Jun 16. 2024

도파민의 축복이 끝이 없는 발레 <돈 키호테>

Korean National Ballet <Don Quixote>



괜스레 풋사랑의 열병을 앓게 될 것만 같은, 정열과 낭만이라는 심상으로 가득 찬, 여름 저녁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전해져 오는 듯한 그곳,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직 가보지 못한 채 환상으로만 그리는 그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발레극 <돈 키호테>를 보고 왔다. 보물과 같은 귀한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프라도 미술관, 그리고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 엔리크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의 음악세계에 영감을 받아 언젠가 이 매력적인 스페인으로의 여행을 꼭 다녀오고 말리라는 다짐을 하였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소 흐려져가던 그 다짐의 불씨는 이번에 국립발레단의 발레 <돈 키호테>를 보고 옴으로써 다시 활활 타올랐다. 세계 유수의 발레단 못지않게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우리나라의 국립발레단이 말아주는 <돈 키호테>라니! 그 맛이 좋을 거라고 기대하긴 했지만 기대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맛 좋은 돈키호테였다.


이번에 관람한 <돈 키호테>에서는 키트리 역에 조연재 발레리나, 바질 역에 이재우 발레리노, 돈키호테 역에 이유홍 발레리노, 둘시네아 역에 곽화경 발레리나가 활약하였는데 어떤 캐스팅으로 보았어도 다 만족스러웠을 것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이 날의 공연은 정말 완벽하도록 만족스러웠다. 조연재 발레리나의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숲의 요정 같은 춤선이 누가 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 ‘키트리’ 역할에 찰떡같이 잘 어울렸고, 체격으로 압도하는 이재우 발레리노의 길쭉하고 탄탄한 몸짓과 춤선은 동네 매력남 ‘바질’ 역할에 제격이었다. 우아한 곽화경 발레리나의 ‘둘시네아’ 또한 인상적이었음은 물론이다.


단원 모두 기량이 출중하니 무엇 하나 아쉬운 부분 없이 극에 충분히 깊이 빠져들 수 있었고, 붉은 계열의 강렬한 원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무대 의상과 무대 배경은 스페인의 정열을 한껏 전달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군무를 포함한 모든 씬들 하나하나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여 그야말로 도파민의 축복이 끝이 없는 발레 공연이었다. 이 날 <돈 키호테>를 보고 어찌나 재밌었는지 다음날의 공연도 또 보러 가고 싶었는데 이미 선약이 있어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통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스페인에 대하여 로망만 점점 커지고 있다. 마치 꿈꾸는 '돈 키호테'의 그것처럼 말이다. 돈 키호테의 로망이 비대해지는데 둘시네아 공주(비록 그녀는 가상의 인물이지만..)가 한몫했듯, 나의 로망이 비대해지는 데는 국립발레단의 <돈 키호테> 발레 공연이 단단히 한몫했지 않을까.


넉 달쯤 후에 있을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도 너무너무 기대된다.



*국립발레단의 <돈 키호테>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데, 스페인 극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의 소설을 모티프로 하여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에 의해 탄생되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 발레 <돈 키호테>에 송정빈의 새로운 해석을 더하여 재탄생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작의 기본 서사를 유지하되 약간의 각색을 더한 국립발레단의 <돈 키호테>가 원작과 어떠한 다른 점을 지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국립발레단의 돈 키호테 트레일러 영상 유튜브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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