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2학기의 대학생, 불면증이 생겼다

1. "취직은 어디로 할 거니?"

by 김씨




4학년 2학기. 4년제 대학생으로 마지막 대학 생활이 시작된 날이었다. 무릇 한국인이라면 밥은 먹었냐고 인사를 건네야 하지만 1학기가 끝남과 동시에 나를 향한 새로운 인사말이 생긴 듯하다.



“이제 4학년 마지막이네? 취직은 어디로 하려고?”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에게 취직에 대해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린 어정쩡한 미소를 장착한 채 “하하...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라고 답하며 속으로 이 대화가 끝나길 바란다. 하지만 부모님과 교수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제인 이놈의 취직은 내가 스트레스 받기에 충분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


그렇게 걱정인지 베개인지 모를 것을 배고서 잠자리에 누우면 두 눈을 꼭 감아도 모든 것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괜스레 불편한 팔과 다리의 위치, 갑자기 신경 쓰이는 옆집의 소음. 무념무상을 원하지만 그저 부담스러워 회피하고만 싶은 내일의 현실까지. 아무리 잠들기 위해 뒤척여도 이들은 나를 평온한 꿈나라로 보내주지 않는다. 그러다 실눈으로 확인한 핸드폰에서 새벽 4시 35분이라는 암담한 숫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더 피곤해진다. 이건 뭐 누워도 누워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도저히 잠이 안 와 핸드폰을 켜면 어디서 뜬 알고리즘인지, '취뽀한 취준생이 알려주는 꼭 준비해놔야 할 어쩌고', '문과 계열 대학생의 필수 스펙 저쩌고'. 제목만으로도 부담이 생겨 외면하고 싶게 만드는 정보들이 많다. 다들 어쩜 그리도 숨 가쁘게 살아가는지. 답답한 현실을 외면하며 유튜브만 하염없이 몇 시간을 본 오늘의 내가 미웠고, 바보 같았다. 동시에 열심히 살아보자며 다짐한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가며 더욱 한숨이 나온다.


대학교 1학년으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설렘이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속절없이 빨리 흘러버린 시간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면 더 멋지고 자유로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현실은 용돈이 필요한 대학생일 뿐이다. 어느새 방 안에 무기력함을 키워간 것도 이때 즈음이었을까. 4학년이 되고서 생긴 우울감은 남들과 비교할수록 커졌다.


일명 ‘갓생’을 살아가며 각종 대외활동과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다른 대학생들. 유튜브에 넘쳐나는 20대 초반의 각종 사장님들. 사업이며 성과며 하나도 빼놓지 않고 챙기는 몇 명의 이야기는 동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럴수록 밀려오는 조급함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제자리에 머물기만 하는 스스로를 직면할 때면 외면하게 된다.


그런 나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도닥여 주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중이다. 과거형으로 쓰지 않고 현재형으로 쓴 것에는 여전히 나와 세상의 많은 대학생들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가끔 불안하고, 막연하며, 우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반복하며 느낀 한 가지가 있다. 아무리 잠이 오지 않아 뒤척여도, 불안한 생각들이 잠에 들어서도 나쁜 꿈으로 나를 괴롭힐지언정, 언젠가는 반드시 잠에 든다는 것이다.


오늘이 불안했던 당신에게는 미지근한 위로 정도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진짜다. 지금은 이걸 위로라고 하는 말인가 싶다가도 결국 잠들고 난 뒤에 이 말을 곱씹게 될 것이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우리 모두가 가져봤고, 가지고 있고, 가지게 될 내면의 불안에 소박한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자 한다. 결국에 오늘의 고민을 가진 당신과 나는 스스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사람일 테니 말이다. 오늘의 나를 더 잘 살게 하고 싶었고, 마음만으로도 부단히 애썼으니. 그런 자신을 도닥여주자.


자신의 맘에 드는 하루를 보내길 가장 바라는 사람은 결국에 본인일 테니, 잘 살고자 애쓰는 모습은 무엇보다도 가장 사랑스러운 일 아닐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