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아기는 무려 이만 번 이상 같은 단어를 들어야 이내 말문이 트인다. 학령기가 되면 입으로 내뱉던 것들을 쓰기 시작한다. 언어의 능력 가운데 '쓰기'는 가장 늦은 시기에 완성될 수 있는 고난도 작업이다. 우리는 귀로 듣고 눈으로 읽으며 입으로 말한다. 그러나 쓰기는 먼저 생각이 이뤄진 후에 종이와 펜을 눈으로 보며 손으로 활자를 완성한다. 가장 많은 신체기관을 필요로 하는 만큼 '쓰기'는 듣고 읽고 말하는 것보다 어려운 언어 표현임이 분명하다.
학업을 마친 성인은 사회로 진입하며 자연스럽게 '배움'을 멈춘다. 그중 모국어 관련 활동은 더욱 그러하다. 성인이 된 국민은 더 이상 우리말을 배우지 않으며 작은 원 안에 있는 어휘를 가지고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 '그 일', '그 부분', '조금 그래', '이렇게, 저렇게' 등의 모호한 표현은 전라도 사투리 '거시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상어로 흔히 사용되지만 둘러 사용하는 흐릿한 말들은 막상 쓰려고 하면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글쓰기'라고 하면 대중과는 거리가 먼 문학가들만의 기술 같지만 생각보다 글쓰기는 우리의 일상과 더욱 밀접해있다. 유년 시절부터 해왔던 일기 쓰기, 독후감, 방학 숙제, 주관식 답안, 리포트라 불리는 소논문, 이력서, 자기소개서, 매일 주고받는 메신저부터 편지 쓰기까지 그 모든 게 쓰기에 기반되어 있다. 캐주얼한 옷을 입는 사람이 간혹 정장을 입으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것처럼 우리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 자체가 달라 보인다.
쓰기와 관련이 없는 직업군에 속해있더라도 자신의 일과를 한번 훑어보라.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와있던 메시지에 답변을 보내고 출근하며 sns에 댓글을 입력한다. 주간 일지와 업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것 또한 글쓰기다.
단벌 신사보다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구별해서 입고 외모를 단장하는 사람은 호감이 간다.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매일 단출한 어휘를 사용하는 자보다 때와 장소에 맞게 말할 줄 알고 화려하진 않더라도 유려한 말솜씨를 지닌 것은 큰 강점이 된다. 자기소개서, 업무 보고서, SNS 피드 또한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잘 쓰려면 많이 읽어봐야 한다. 다독가가 전부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잘 쓰는 사람들은 모두 다독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이 읽었다면 자주 써봐야 한다. 글쓰기는 능력이 아닌 근력과 같아서 타고난 이보다 자주 써본 사람이 더욱 뛰어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말과 글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하는 말과 글이 취향을 고백하는 것인지 논증인지 구별해야 한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운전하는 것처럼 말과 글에는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주제와 관련되어 있는 사실과 정보를 많이 활용하면 '논리적인 글'이 되고 감정에 치우친 생각이 짙은 글이라면 '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