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 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스 Sep 21. 2024

심심할 틈 없는 요즘 아이들

<세상에 없던 아이들이 온다> 책리뷰

 시대는 거듭 진화하여 현재 인류는 역사상 가장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먹을 것을 직접 수렵 채집했던 인류는 더 이상 거처를 옮기지 않아도 풍만한 먹거리가 집 앞에 배송이 된다. 야생 동물로부터 위험을 받던 인류는 쇠창살에 야생 동물을 가두고 그들을 지배한 지 오래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와 답장을 기다리던 설렘대신 수시로 울려대는 메시지 수신음은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피로감을 떨쳐낼 수 없다.


 '현재 교육은 20세기의 낡은 것으로 역량 강화 교육이 절실하다.' 저서를 한 단어로 축약한다면 단연 '역량 강화'이리라. 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공교육과 안일하게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다. 저서는 첫 단락부터 나의 반감을 사기에 적합했다. 세상이 변했으니 아이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고 그것을 제약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다. 아이는 주양육권자를 선택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테크놀로지로 어느 정도 대체하라고 조언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메시지를 보면 엄지 손가락만으로 메시지가 축약된 이모티콘이 가득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읽기와 쓰기 또한 낡은 것으로 미래에는 오늘날 그리스어처럼 읽기와 쓰기 또한 '유물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보다 계산도 빠르고 정확하며 다개국어를 구사한다. 따라서 손으로 계산하고 외국어를 익히는 것 또한 낡은 학문 습득 방식으로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바다.


 그렇다면 실리콘 밸리 자녀들의 스마트폰 보급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테크놀로지 중심지인 실리콘 밸리의 중역들은 교실에서 과학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학교에 보낸다. 부모들은 이베이, 구글, 애플, 야후, 휴렛팩 커드 등에서 일하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구글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연필과 종이로 글씨를 쓰고 학교 선생님들은 전통적인 칠판을 사용한다. 모든 학교에는 전자 칠판이 없고, 집에서 사용하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현재 어린 자녀들에게 시대에 뒤처질까 봐, 역량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을 보급하고 싶은가. 모토로라 휴대폰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비사용자의 인터넷 정보 검색력에 차이가 있는가. IT 기술은 분초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을 위한 예습을 결코 필요 없으며 과학 기술은 치약을 짜는 것만큼 아주 쉽게 만들어져 있다. 어른이 되어 못 배울 이유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은 화려하고 자극적이다. 매일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을 영상과 정보들은 하루만 접해도 그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스마트폰을 일찍 접한 아이는 더 이상 뛰어놀지 않으며 책을 읽지 않는다. 뜀박질을 하고 책을 읽는 것은 스마트폰처럼 흥분되지 않는다. 원하는 답안을 신속하게 내놓는 스마트폰에 비해 인생은 그렇지 못하다. 스마트폰을 자주 접할수록 인내력 또한 고갈될 것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며 자라야 한다. 하루 한 번은 고개를 들어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고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우다다다 뜀박질을 하다가 무릎이 까져 상처의 고통도 느끼고 이내 새살이 돋아나 아무렇지 않음을 몸소 체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놀이터에서 친구와 미끄럼틀을 타고 싸우고 화해하며 스스로 자라남을 느끼게 될 것이다.


  IT 기술은 무서울 정도로 우리 삶에 깊게 베여있다. 진화된 의료 기술 중 '연명 치료'는 그 누구에게도 무의미한 고통만 안겨준다. 이처럼 모든 기술의 진보가 우리에게 유익하지만은 않다. 그것을 똑똑하게 소비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오늘날 카페나 식당에 가면 가족 또는 연인이 함께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스크린 화면만 쳐다보는 풍경이 흔하다. 매우 씁쓸한 현실 중 하나다.


 모든 양약에 부작용이 담겨있듯 기술의 진보에는 양날의 검이 존재하리라. 부모라면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아이는 존재 자체로 완전한 인간이지만 어른보다 자제력이 부족하고 유혹에 약하다. 오늘 잠깐의 휴식을 위해 아이에게 건네준 스마트폰에서 아이가 습득한 것은 도파민과 쾌락이며 멀어진 것은 심심함과 책이다. 아이에게 '심심함'이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은 '심심함'에서 그 창의성이 출발했다. 아이는 심심할 때 자신만의 놀이와 창의성이 분출된다. 사랑이 가득 담긴 상호작용과 심심함에 테크놀로지는 해악만 존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산품 교육과 그 대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