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침묵>을 읽고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동물에서 파생되었다. 그러한 인류는 조상 또는 동족의 살점을 뜯어먹고 가죽을 벗겨내고 인간의 유희를 위해 그들을 사용한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자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 같은 동족끼리 비언어적 소통을 나눈다. 이와 같은 인간의 특징은 인간의 종이 멸망하지 않는한 끝없이 지속되리라.
드넓은 초원의 산양과 물소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동물들은 침묵을 고수한다. 그들의 침묵은 평온한 상태 그리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비단 언어가 없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때때로 침묵한다. 인간의 침묵은 평온과는 반대의 시점에서 찾아온다. 이를테면 내면의 혼돈 같은 것이다.
종교적 신화는 인간에게 구원이라는 희망을, 과학은 보다 윤택한 미래를 심어주며 인류는 진보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스탈린의 숙청 정치, 이라크 침공 등은 한 세기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반복해서 일어난 학살과 고문이다. 인류는 진보를 거듭했을지언정 윤리와 정치는 제자리에서 머무른 셈이다.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공산주의 좌파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는 개인이 열심히 일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과 믿음은 일치하지 않는다. 자본은 물리적으로 유한하고 소멸되지만 자기 자신을 먹고 계속해서 증식하는 빚은 잠재적으로 무한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제공하면서 21세기 초 미국의 많은 시민들은 실업 상태가 되었고 지하 경제 등에 의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나의 자본주의가 몰락하면 또 다른 자본주의가 떠오른다. 경제 체제의 흥망은 역사의 정상적인 과정이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다. 장면의 전환일 뿐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오늘날 인류는 어떠한 진보를 이루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