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공부, 순서를 바꾸면 빨라집니다>를 읽고
공부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공부의 본질은 무엇인가. 저자는 공부의 본질이 '선행'과 '경쟁'이라고 통찰한다.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40년 전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은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공교육에서 과도한 선행학습은 지양하고 있으나 선행학습 없이 현 교육 제도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례로 한글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교과 과정에 있지만 이미 한글을 숙달한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수업의 이해도가 뛰어나다. 수학의 경우는 선행학습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학문이다.
앞서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대개 많은 부모는 '자아실현'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공부를 잘해서 수능을 잘 보고 명문대에 입학하여 대기업에 입사하는 누구나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으리라. 목적이 입시, 즉 수능이라면 특히 수학은 선행학습이 중요하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하는 선행학습은 초등학생이 중학교 수학을 풀고, 중학생이 고등 과정을 공부하는 학습이 아니다. 중등 수학 대부분은 수능의 시험 범위가 아니므로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부분들은 과감히 버리고 수능 수학 위주로 학습을 권하는 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우는 과정도 심화되고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수학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간혹 초등학생이 고등 수학을 푼다고 하면 영재라고 호들갑을 떨겠지만 고등 수학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고등 수학을 논하기 전에 먼저 초등 수학을 들여다보자.
현재 초등학교 4학년 때 분수를 배우고 중학교 3학년 때 루트를 배운다. 분수를 학습하고 5년 뒤에 배우는 루트는 분수보다 현저히 어려운 학문일까? 분수를 배워야 루트를 배울 수 있을까? 저자가 다수의 학생을 지도해 본 결과 결론은 정반대였다. 학생들은 분수보다 루트를 더욱 쉽게 습득했고 루트를 먼저 배워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지수와 로그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등 수학 과정이니 초등학생은 범접하기 힘든 난도라고 추측하지만 분수보다 쉬운 것이 루트, 지수, 로그다. 이와 같은 이유로 초등 4학년 과정 때 분수를 배우면서 루트, 지수, 로그 그리고 수열의 개념을 알려주면 더욱 쉽게 고등 수학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중학교 수학 3학년 과정의 '원과 비례', 고등학교 수학 1학년 과정의 '나머지 정리', '허수', '집합과 명제' 등은 수능에 출제되지 않거나 무관한 단원이다. 공교육에서 해당 단원을 배울 때 빠르게 훑고 지나가거나 불필요한 학습 대신 계통적인 접근 방식을 하면 더욱 수학과 친밀해질 수 있다. 중학년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일차방정식'은 수능에서 어려운 문제가 거의 출제되지 않고 있다. 이때 중학교 3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이차방정식'과 고등 수학에서 배우게 될 '삼차방정식', '지수 로그 방정식' 등을 연계 선행하면 공부의 능률이 월등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수학은 대단히 창의적인 문제라고 찾아보기 힘든 반복과 숙달이 핵심인 학문이다. 결정적으로 수능 수학은 고등학교 2-3학년의 수학을 다룬다. 교과 과정대로 차근차근 공부한 모범적인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남은 2년 동안 수능 수학에 매진하게 된다. 저자의 KTX 공부법처럼 초등 중학년부터 입시 위주의 수능 수학 공부를 한 학생의 경우 9년 동안 수능 수학을 공부한 셈이다. 수능 수학은 반복과 숙달이 핵심이라고 했다. 둘의 격차만큼 그 결과는 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