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철학>을 읽고
이전에 일독했던 <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에서 돈 없이 역사를 논할 수 없었다. 문명이 보급된 지 5,000년이 지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돈' 때문에 울고 웃는다.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고의 무기는 단연 '돈'이다. 한낱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는 돈에 화폐의 가치를 입혀 때론 인격체로 때론 감정적 실체로 돈은 존재한다.
돈만큼 모순적인 물건도 없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금융에 대한 교육은 부재한 채 돈을 좋아하는 것은 천박하고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 여겼다. 그러면서 우리는 돈을 갈망한다. 내면 깊은 곳에 매우 은밀하게. 그러나 그것을 표면으로 발설하는 순간 속물 취급을 받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삶에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그러나 다수는 돈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돈은 행복이자 불행이다.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돈이다. 노후에 돈이 없으면 자식에게 맞아 죽고 돈이 많으면 자식에게 살해당한다는 말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이다. 타자를 공경할 때 우리는 그의 내면이 아닌 그가 가진 자본에 경의를 표하는 경우가 많다. 돈은 능력의 징표이자 성공의 상징인 것이다.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최근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자유란 일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상태, 즉 때 이른 부자를 말한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좇아야 한다. 리우 올림픽에서 박상영 펜싱 선수의 '할 수 있다'는 느지막한 속삭임처럼, 돈을 갈망한다면 우선 돈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돈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있어도 돈의 본질은 그렇지 않다. 돈은 박애의 근원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다.
돈은 얼마나 있어야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돈이란 정녕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경차를 타는 사람은 세단을 갈망하고 국산차를 타는 사람은 수입차를 갈망한다. E 클래스는 S 클래스를 갈망하고 S 클래스는 마이바흐를 갈망한다. 인간은 영원히 결핍을 느끼는 욕망에 속박된 기계다.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면 돈의 노예가 되고 만다. 정말 원하던 물건을 얻은 후 허탈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한정판, 시그니처, 특가 등의 수식어구에 번뜩여 원치 않은 물건을 구입한 적이 있는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실망감보다 원하는 것을 얻자마자 생기는 실망감이 더 크다고 조지 버나드 쇼는 말했다. 원했던 것을 얻고 나면, 그것은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은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특별한 기념일에 가는 레스토랑을 매일 갈 수 있고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의 액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나아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자유다. 그러나 저서는 부를 예찬하는 책은 결코 아니다.
미국에서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기부를 하지 않으면 상류사회나 엘리트 모임에 낄 수 없다. 생일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등 받는 것에 익숙했던 필자의 자녀가 이웃들에게 작은 선물을 나눠주며 큰 기쁨을 느꼈다. 주는 것은 받는 것과는 또 다른 기쁨이자 행복이었던 것이다. 봉사와 자선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의 차이점 중 하나이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를 완화시켜 주는 하나의 방편이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것이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다. 돈이 부족하다면 욕망을 줄이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돈이 적당하다면 역시 욕망을 조절하면서 베풂의 기쁨을 누려라. 돈이 많다면 인색했던 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드와 슈퍼에고가 충돌하는 야누스적 존재다. 본능과 이성이 균형 잡힌 삶, <돈의 철학>은 돈의 본질에서 나아가 이상적인 삶의 자세까지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