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2021년 3월, 쿠팡은 한국의 코스피(KOSPI)가 아닌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을 선택해 상장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국내 증시가 아닌 해외 증시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이는 투자 유치, 경영권 유지, 글로벌 확장 전략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이번 글에서는 비즈니스 전략적 관점에서 쿠팡이 코스피 대신 나스닥 상장 선택을 왜 하였는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쿠팡이 나스닥을 선택한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투자자 성향이다. 한국 코스피 시장에서는 전통적으로 수익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반면, 나스닥은 적자 상태라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코스피: 단기 실적과 수익성을 중시하며, 적자 기업에 대한 평가가 낮음.
나스닥: 기술주 및 성장 기업 중심의 시장으로, 미래 가치(Revenue Growth, Market Expansion)를 더 중요하게 평가.
쿠팡은 상장 당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이를 문제 삼기보다 아마존과 유사한 성장 모델로 보고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는 쿠팡이 나스닥에서 더 유리한 조건으로 상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나스닥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주 중심의 주식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장이다. 특히 SoftBank Vision Fund(손정의 회장)의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온 쿠팡은 미국 상장이 해외 투자자 유치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나스닥 상장 후 쿠팡은 약 84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이는 당시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였다.
나스닥에서 상장하면 한국 시장보다 유동성이 높아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용이함.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 쿠팡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자금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음.
쿠팡이 코스피가 아닌 나스닥을 선택한 또 다른 핵심적인 이유는 경영권 보호이다.
한국 코스피 시장에서는 1주 1의결권 원칙이 강하게 적용되며, 창업자가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스닥에서는 듀얼 클래스 주식 구조(Class A/B Shares)를 허용하여, 창업자가 소수 지분만으로도 기업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쿠팡은 나스닥 상장 시 김범석 의장이 보유한 B등급 주식에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구조를 채택
이로 인해 김범석 의장은 지분율이 낮아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음
구글(알파벳), 메타(페이스북), 스냅(Snap) 등 미국의 많은 테크 기업들이 이 방식을 활용하고 있음
만약 쿠팡이 코스피에 상장했다면, 김범석 의장은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았고,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시장의 포화와 경쟁 심화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 쇼핑, SSG닷컴, 배달의민족 등 다양한 경쟁자들로 인해 치열한 경쟁이 진행 중이었다.
네이버 쇼핑: 국내 최대 검색·커머스 플랫폼과 연계한 강력한 생태계 구축
SSG닷컴: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신세계 그룹과 연계하여 공격적인 확장 진행
배달의민족: 배달·퀵커머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 보유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은 국내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나스닥 상장을 통해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다.
나스닥 상장은 쿠팡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단순한 한국 이커머스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임을 강조하는 전략이었다.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시장 진출을 고려하며, 장기적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어둠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국제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향후 해외 M&A 가능성도 증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물류 인프라 및 기술 투자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용이해짐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기업 성장 전략과 투자 유치, 경영권 유지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상장 이후의 성과는 논란이 많았다.
상장 당시 100억 달러(약 11조 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초기 기대와 다소 차이가 있었음.
하지만 상장 자금을 활용해 한국 내 물류 네트워크 확대 및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함.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상장 트렌드(카카오엔터, 무신사, 마켓컬리 등)에도 영향을 미침.
결론적으로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단순한 IPO 시장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전략과 경영권 보호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는 향후 한국의 성장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고려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